[양낙규의 Defence Club]'잠수함 킬러' 해상초계기 "임무준비 끝"

최종수정 2023.09.12 08:07 기사입력 2023.09.12 07:09

해군 항공사령부 정비부대 견학기
P-3C 해상초계기 비행마치고 정비 한창
정비항목 300여개… 정비사 40~50명 투입

경상북도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652정비대대 격납고에 들어서자 '918'이라는 숫자가 쓰인 P-3C 해상초계기 정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초계기 양쪽 날개에 올라간 정비사들은 격납고 천장과 연결된 케이블선을 허리에 고정시킨 채 엔진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해상초계기 밖에는 엔진에서 분해한 배기관의 그을음이 비행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잠수함 킬러' 해상초계기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P-3C 해상초계기는 해상을 날며 적의 잠수함을 발견하여 공격하는 항공기다.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며 적 함정을 공격하는 잠수함은 오래전부터 해전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특히 독일의 잠수함은 무적에 가까웠다. 미국은 독일의 잠수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2차 세계대전 당시 'PV-1 벤추라(Ventura)', 'PV-2 하푼(Harpoon)' 등의 해상초계기를 개발했다. 당시 잠수함은 공기를 보충하고 해상상황을 보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해상 초계기는 이 때 폭격을 퍼부었다. 잠수함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상초계기의 기능도 다양해졌다.


P-3C의 경우 북한이 북극성-4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기 전에 탐지할 수 있는 강력한 탐지수단이다. 1950년대 미 록히드(현 록히드마틴)가 만든 P-3를 성능 개량한기종이다. 터보프롭 엔진 4개로 움직이는 P-3C는 어뢰나 하푼 미사일을 탑재하고 12시간 이상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 해군도 P-3C를 개량한 P-3CK 16대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P-3C는 '잠수함 천적'으로 유명하다. 광범위한 바다 위를 비행하며 잠수함을 발견하면 바로 어뢰를 발사해 공격한다. 그만큼 잠수함 입장에서 해상초계기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실제로 P-3C는 약 16시간 동안 하늘에 머물 수 있으며, 8.5t 트럭 한 대 중량에 해당하는 무장도 탑재할 수 있다. 또한 비행할 수 있는 거리도 약 8900km에 달한다.


P-3C에는 소노부 이외에도 ‘매드(MAD)’라고 불리는 자기변화탐지기가 탑재돼 있다. 이 두 감각기관을 이용해 잠수함을 탐지한다. 이 중 매드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장비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과 다름없어 남극과 북극 사이에 일정한 자기장이 흐른다. 이 일정한 자기장에 잠수함처럼 거대한 쇠붙이가 지나가면 자기장이 흐트러진다. 이 흐트러진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이 매드다. P-3C가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원리가 적용됐다.


이들 장비와 함께 P-3C는 잠수함을 침몰시키는 강력한 창도 가지고 있다. 바로 어뢰다. 어뢰는 말 그대로 잠수함을 공격하는 일종의 수중미사일로, 물속에서 약 85km/h 속도로 기동해 10km 거리에 있는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P-3C에는 적의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도 탑재한다.


해상초계기는 주어진 임무 상황에 따라 비행 고도를 달리해 바다 위를 비행하게 되는데, 수면 밑의 잠수함을 탐색해 공격하는 대잠전 같은 상황에서는 91.4m 정도에서 저고도 비행을 하게 된다. 이때문에 해상초계기는 바다의 염분으로 인해 항공기 기체와 기관계통 등이 쉽게 부식될 우려가 있다. 염분으로 인한 항공기 기체의 부식은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 항공기의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정기적인 정비는 필수적이다.


항공기의 정비는 크게 ▲수시정비 ▲정기적인 계획정비 ▲창정비로 나뉘는데, 포항 해군기지에서 정비 중이던 918 호기는 32주에 한 번씩 진행하는 계획정비가 중이었다. 2주간 점검해야 할 항목만 300여개가 넘는다. 계획 정비를 위해 정비사만 40~50명이 투입된다. 기자도 허리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날개 위로 올라갔다. 날개의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대략 3m로, 엔진 내부를 살피다 추락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케이블은 필수 안전장치다.





엔진 미세균형 체크 위해 촬영케이블 점검

가장 먼저 정비사들이 자신의 몸의 절반 이상을 엔진 안에 밀어 넣고 촬영케이블로 내부를 점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엔진 밖에 있는 정비사는 케이블을 통해 엔진 내부를 살폈다. 화면은 내시경 검사처럼 엔진의 안쪽 구석구석까지 확대돼 보였다. 정비사들은 엔진의 조그마한 균열을 체크하지 못할 경우 초계기가 바다에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기체 내부 조종실은 의자가 조종석 1개뿐이었다. 부조종사 등 2개의 의자는 기체 내부를 점검하기 위해 떼어냈다. 계획 정비는 일정기간 사용한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체의 속살이 모드 드러났다. P-3C는 소형민영항공기처럼 생겼지만, 승객을 위한 좌석은 없다. 복도처럼 생긴 통론 한쪽에는 컴퓨터 서버가. 다른 쪽에는 음향·비음향조종석이 자리했다.


잠수함을 찾아내는 해상작전헬기는 선으로 연결된 '디핑소나(Dipping Sonar)'를 바다에 투하해 끌고 다니며 수중의 소리를 잡아낸다. 하지만 해상초계기는 '소노부이 (Sonobuoy)'를 바다에 빠트린다. 소노부이는 음파탐지기인 소나(SONAR)와 해상표지로 사용되는 부표(buoy)의 합성어로 부표처럼 해상에 띄울 수 있는 소나를 말한다. P-3C는 자기탐지 외에도 잠수함에서 발생된 소음을 직접 탐지하기 위해 소나를 해상에 직접 투하할 수 있다. 소모품이다(교체 대상인지 설명)광대한 범위를 수색하는 해상초계기는 작전 구역 곳곳에 동시에 소노부이를 투하해 동시에 감시할 수 있다.


음향·비음향조종석 바로 옆에는 소노부이를 바다에 투하하는 장치가 있다. 작은 상자처럼 생겼다. 소나부이는 바닷속에서 40분에서 5시간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가라앉는다.


해상초계기의 타이어도 교체 대상이다. 그동안 정비사들은 타이어를 수작업으로 교체해왔다. 하지만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정비대대는 지난해 타이어 교환용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 타이어를 옮기는 것은 물론 들어 올리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해상초계기는 통상 한 달에 한번 타이어를 전부 교체한다. 해상초계기의 타이어는 미사일, 폭탄 등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내부는 여러 겹의 섬유코드로 만들어진다. 해상초계기의 타이어 하나 가격은 대략 150만원. 4개의 뒤 타이어 가격만 600만원이다.


서보우 기체기장은 “해상초계기는 다른 항공기와 달리 수면 위를 날기 때문에 임무 후에 염분 처리 등 정비목록에 체크해야 할 것이 많다”며 “40년간 1530만km에 해당하는 비행거리에도 무사고 비행을 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차세대 해상초계기 포세이돈 추가 도입

해군은 내년까지 차세대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 6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2009년 미국 보잉사에서 첫 비행을 마친 P-8A는 B737여객기를 변형해 만들었다. P-8A는 터보팬 엔진 2개를 장착, 최고 속도가 P-3C보다 100㎞ 이상 빨라졌다. 최고 속도 시속 907㎞, 순항 거리 7500㎞, 작전반경 2200여㎞에 달한다.


P-8A의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센서 융합 능력이다. 레이더와 광학·적외선·전자 탐지 장비로 수집한 정보를 하나로 융합해 적 잠수함을 찾는다. AN/APY-10 X밴드 레이더로 최대 470㎞ 거리의 해상 표적을 탐지하고 AN/ALQ-213(V) 전자전 시스템은 수면 위 모든 전파를 수집한다.


어뢰와 하푼 미사일 외에 통합정밀직격탄(JDAM)을 비롯한 정밀 유도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 디젤 잠수함이 배출하는 배기가스를 먼 거리에서 탐지하는 탄화수소 탐지체계를 사용해 잠수함 활동이 의심되는 해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강력한 전자전 장비를 탑재해 정찰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현재 P-8A와 경쟁할 서방제 해상초계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P-8A는 운용 범위를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130대를 구매할 미 해군은 고고도 해상초계 무인정찰기 MQ-4와의 연계를 통해 해상 감시 능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도, 뉴질랜드, 영국, 노르웨이, 호주, 독일도 도입을 결정했다.


우리 해군은 1951년 항공기를 처음 보유했다. 진해 해군공창에서 조직된 ‘항공반’이 미 공군 항공기를 인수해 해군용 수상 정찰기로 사용했다. 이 정찰기가 해군 첫 항공기인 ‘해취호(海鷲號)’다. 이후 해군은 서해호(1954년), 제해호(1957년), 통해호(1958년) 등 여러 항공기를 개조했고 1977년 ‘함대항공단’을 거쳐 1986년 ‘제6항공전단’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항공사령부로 승격했다.


성과도 많았다. 해군이 보유한 S-2 해상초계기는 거문도 간첩선 격침(1978년 7월)과 울릉도 간첩모선 격침 작전(1983년 8월)에서 활약했다. 해외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말레이시아 실종 여객기(2014년 5월), 인도네시아 여객기 실종자 탐색작전(2015년 1월) 등이 대표적이다. 해군항공사령부는 무사고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6항공전단 615비행대대가 P-3 해상초계기 ‘40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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