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F-15 전투기 임무현장 활주로보다 뜨겁다

최종수정 2023.08.08 09:10 기사입력 2023.08.08 09:10

폭염에 활주로 표면온도만 50도 육박
무기장착부터 최종확인점검까지 임무완수

‘22 대 198.’ 6·25전쟁 당시 한국과 북한이 보유했던 전투기 숫자다. 북한 전투기는 우리의 9배였다. 북한은 옛 소련에 전투기를 지원받았지만, 우리 공군은 그러지 못했다. 연락기와 훈련기가 전부였다. 마땅한 화력도 갖추지 못해 공중에서 수류탄을 던져야 했다. 하지만 전투의지만은 강했다. 김두만 예비역 대장은 우리 공군의 독자적 작전 능력을 과시한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의 1차 출격에 나섰으며, 대한민국 공군 최초로 100회 전투 출격 기록을 달성했다. 6·25전쟁 발발 7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공군은 막강해졌다.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의 비행을 보기 위해 지난 3일 공군 대구비행단(11전투비행단)을 찾았다.




오전 11시. 낮 기온 38℃.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서 나온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말이 절로 이해됐다. 하지만 폭염은 부대 입구에 들어가니 낮은 온도에 불과했다. 한여름 햇볕에 달궈진 대구기지 활주로는 표면온도 50도에 육박했다. 얼굴에 바른 선크림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야외 격납고(이글루)에서는 F-15K 전투기에 무기장착이 한창이었다. F-35 스텔스 전투기에도 장착하는 사정거리 100km의 AIM-120C 암람(AMRAAM)공대공 미사일이었다. 납작한 지게차처럼 생긴 무장장착장비에 실린 미사일을 조심히 실어 전투기 하부로 가 장착했다. 장병들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F-15K는 공대공미사일을 비롯해 AGM-84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GBU-31 공대지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어 주력 공군 전투기로 쓰인다.


활주로로 이동하자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렸다. 운항관제대대 소속 조류퇴치(BAT·Bird Alert Team)반이 활주로 내 조류를 쫓아내기 위해 일명 ‘샷 건’이라고 불리는 ‘산탄총(공포탄)’을 쏘고 있었다. 새가 고속으로 기동하는 전투기의 캐노피(조종석 덮개)에 충돌할 경우 기체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BAT반의 임무는 또 있다. 활주로의 이물질도 제거해야 한다. 작은 나사 하나가 전투기 엔진에 들어가면 비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악천후 기상에도 매일 1회 이상 활주로를 직접 걸으며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장한 F-15K 전투기는 항공기 유도로를 따라 활주로로 이동했다. 이륙하기 전에 최종점검(LCI·Last Chance Inspection)도 이뤄졌다. LCI는 전투기의 이륙 직전, 착륙 직후 항공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항공기정비대대 소속 LCI 요원 1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 폭염에 아스팔트 위에는 아지랑이가 불길처럼 올라왔고, 전투기에서 뿜는 열기와 뒤섞여 30m 밖에서는 점검 모습 조차 볼 수 없었다. 하지만 LCI 요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투기 밑으로 들어갔다. 요원들은 항공기 엔진 흡입구와 배기구, 타이어를 점검하고 외부 장착물 등의 장비가 제대로 결합이 되어 있는지, 연료가 새는 곳이 있는지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는 등 안전상태를 확인했다. 요원들이 조종사들에게 양손 주먹을 쥐어 올리며 ‘이상 없다’는 수신호를 보내자 F-15K 조종사들은 주 날개와 보조날개를 좌우로 흔들며 최종점검을 했다. 마치 화답을 해주는 듯했다.


F-15K가 비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하는 항공기 린스(Clean Water Rinse)작업이 시작됐다. 해상 공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기체에 묻은 염분을 씻어주기 위한 작업이지만 작전 수행 중에 가열된 기체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전투기가 착륙하자마자 좌우로 설치된 노즐에서 물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기체 표면의 염분과 오염물질 등을 제거해 기체의 부식을 방지한다.


정수영 정비기장(상사)은 “항공기 정비는 안전뿐만 아니라 국가 전투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특히 여름철이 되면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화재, 누전 등 안전에도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활주로에서는 주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와 ‘탱크킬러’인 A-10 공격기도 비행을 마치고 귀환 중이었다. 하늘에서 펼쳐진 한미동맹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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