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안에 해군… 해안경계는 우리가

최종수정 2022.12.27 10:01 기사입력 2022.12.27 09:55

비전대대 전곡소초, 육경정 띄워 해안 감시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 앞 해상에서 허우적거리는 여성이 발견돼 구조됐다. 당시 여성을 처음 목격한 것은 육군 비전대대 전곡소초 열영상장비(TOD)을 운용하는 장병이었다. TOD 영상으로 사람인 것을 확인한 후 인근 해양순찰팀에 이를 알렸다. 구조한 지점은 인근해상 약 100m 지점. 조금만 늦었다면 구조가 힘들 수도 있었다.


서해안 해안 경계가 한창인 전곡소초를 지난 16일 찾았다.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 도착하자 찬바람이 매서웠다. 코끝이 찡했다. 영하 10도. 한겨울 바다 날씨다웠다. 전곡항 한쪽 도로변에 철문을 열고 전곡소초에 들어서자 장병들은 연병장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본부상황실에선 벽에 걸린 8개의 모니터에 모든 눈동자가 쏠렸다. 함박눈이 내려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했지만, 해안에 이상 물체를 찾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다. TOD 영상을 보여주는 회색빛 모니터는 전방 어선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미동조차 감지했다. 과학화카메라가 비추는 모니터는 예상보다 훨씬 선명했다. 주간에는 2km 전방을 360도 회전시켜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모니터에는 해양경찰에서 운영하는 ‘아이맵(Eye-map)’과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이내비게이션(Enavi)’ 정보체계를 공유했다.


육군해안정보공유체계(ACISS)는 전곡항 앞바다에 떠 있는 모든 선박을 나타냈다. 선박 하나 하나에 고유번호를 달았고 확인된 선박은 파란색, 미식별 선박은 노란색, 간첩선과 밀항선 같은 관심 선박은 빨간색으로 표시해 추적해나갔다. 이재림 부중대장은 "51사단이 맡은 해안경계 200여 km중 전곡소초는 20여km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남·동해와 달리 간조와 만조가 있어 갯벌이 형성될 경우 더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들을 따라 해안수색정찰에 나섰다. 갯벌엔 하얀 눈만 가득했다. 땅과 갯벌의 구분선도 사라졌다. 누구도 밟지 않은 눈길이어서 갯벌에 돌조차 보이지 않았다. 10m도 걷기 전에 넘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장병들은 해안가에 눈을 떼지 않았다. 수색정찰은 하루 4번 한다. 하루에 걷는 거리만 14km 이상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3~4km 길이의 갯벌이 형성되는데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갯벌에 남아있는 밀입국 선이나, 잠수복 등 수상한 물체를 수색한다.


이어 ‘육군 안에 해군’이라는 육군경비정(육경정)을 타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육정정이 임시 정착하는 바지선에 올라타자 2대의 육경정이 눈에 들어왔다. 해군이 운용하는 150톤급 참수리고속정(PKM)보다 작았다. 하지만 K6기관총과 M60기관총으로 무장해 군용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육경정은 항해사 자격증이 있는 간부를 비롯한 장병 총 8명이 탑승했다. 육경정은 작은 체구이지만 물을 흡수해 배출하는 워터제트(Water jet)방식이다. 최소 1.5m 수심에서도 기동이 가능하다. 코앞에 갯벌이 있어도 과감히 출항을 할 수 있는 이유였다. 정장이 내부마이크를 통해 "출항!"이라고 외치자 장병들도 복창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항이 시작되자 육경정은 특유의 디젤 냄새를 풍기며 우렁찬 소리를 내뿜었다. 육경정은 정기적으로 대부도를 거쳐 궁평항까지 수색정찰을 한다. 도성원 육경정 정장은 "지역 특성상 레저용 요트, 어선, 관광선 등 하루에 300여척이 드나들기 때문에 긴장을 해야 한다"면서 "정기적인 해상수색 외에도 언제든지 출동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육경정이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겨울옷 사이로 매세운 찬바람이 들어왔다. 4중으로 완전 무장한 겨울옷이었지만, 삭풍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출발 10분 정도 지나자 온몸은 굳어갔다. 입도, 손가락도 감각이 무뎌졌다. 하지만 장병들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주변에 조업하는 어선 한척 한척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시간의 수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화성에 위치한 제부도는 여전히 평화로워 보였다. 해군 못지않은 해안 경계에 든든함을 느끼는 듯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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