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러시아 고전한 '시가전'…우리군, 드론봇 앞세운 '시가전 독침'

최종수정 2023.02.14 08:00 기사입력 2023.02.14 07:10

후방지역 침투 막는 육군 제39보병사단 가보니
드론 먼저 띄워 정찰한 뒤 차륜형 장갑차 출동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고 있다. 시가전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요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으로 모집된 예비군 4만9000명을 투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민병대와 벌인 시가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전시상황에서 시가전은 대내외적으로 승리를 알리고, 전술적으로는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는 핵심 전장으로 손꼽힌다. 우리 군의 시가전 훈련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 경상남도 함안군에 위치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예하 39사단을 찾았다.



육군 제39보병사단은 후방지역으로 침투하는 적을 막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건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시가지 전투훈련장의 차륜형 장갑차다. 2작전사령부 예하 지역방위사단용으로 보급된 K806 장갑차다. 국내에서 개발된 K806 장갑차는 최대 시속 100km로 주행 할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 자동조절 장치를 달려 있어 험지 주행도 문제없다. 연막탄도 장착했다.


장갑차 하부는 대인지뢰와 소형 급조폭발물(IED)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급조폭발물이 차 바닥에서 터질 경우 파편이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방식이다. IED는 포탄이나 폭탄, 휘발유 같은 기존 폭발물에 여러 가지 원격 장치나 뇌관을 달아 사용하는 무기다. 쓰레기통, 페트병, 죽은 개처럼 폭발물로 알아보기 어려운 물건들을 활용해 폭발물을 만든다. 미군도 IED에 대비해 지뢰방호 장갑차(MRAP)을 보급하고 있다. 안재열 기동대대장(중령)은 “39사단 임무지역은 도로망이 촘촘해 차륜형장갑차를 이용할 경우 기동성이 좋아진다”면서 “드론을 이용한 정찰과 워리워플랫폼을 착용한 장병들까지 투입되면 시가전에서 승리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설명이 끝나자 시가지전투훈련장 끝에서는 ‘윙’하는 소리와 함께 드론이 비행을 시작했다. 40m 상공에서 건물주변을 멤돌던 드론은 건물과 건물사이를 뚫고 저공비행을 하더니 다시 빠져나갔다. 상공에서 곤두박칠치듯 저공비행을 하는 드론은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위험한 비행을 마친 드론은 건물 안에 적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한 듯했다. 드론운용자는 건물 200m에 떨어진 곳에서 적의 움직임을 손금보듯 들여다봤다.


드론이 정찰을 끝나자 100m 밖에서 차륜형장갑차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차륜형장갑차는 시가지전투훈련장을 통과해 외곽에서 둥지를 틀었다. 7.62mm 기관총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적의 지원세력을 막기 위해서였다. 39사단 기동대대 장병들은 장갑차 후면에서 나와 전방에 소총을 겨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무장이었다. 조준경ㆍ확대경ㆍ표적지시기 등 '워리어플랫폼'을 장착한 K-1 소총을 들고 있었다. 워리어플랫폼을 장착하면 목표물이 커 보여 명중률을 높일 수 있다.


두번째 차륜형 장갑차는 적이 침투한 건물 인근에서 멈춰섰다. 첫번째 투입된 기동대대 장병들의 후속지원을 위해서였다. 세번째 차륜형장갑차는 적이 침투해 있는 건물 코 앞까지 진입했다. 차량에서 검정색 전투복을 입은 장병들이 빠져나왔다. 군사경찰 특수임무부대(특임대)대원들이다. 특임대원 8명은 스네이크 대형(뱀몸통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대형)을 갖추며 건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특임대원들의 몸 놀림은 재빨랐다. 특임대원들이 "clear! clear(임무완수)”를 외치자 선두에 선 대원들은 2층으로 올라가 적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조석재 특임팀장(중위)은 “이전 대테러부대는 스스로 시가전을 준비했다”면서 “지금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병력·드론ㆍ로봇)가 보급된 부대와 합동훈련을 해 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시가전 양상은 포병의 화력지원을 받은 뒤 탱크나 장갑차를 앞세웠다. 보병이 투입돼 직접 적과 총을 겨누고 싸웠다. 인명 피해와 장비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론봇(드론과 로봇의 합성어) 전투체계와 워리어플랫폼을 보급된 육군은 달라졌다. ‘시가전의 독침’ 같다. 그 중심에 39사단 기동대대 장병들이 있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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