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한국판 그라울러(Growler)’인 전자전기의 독자 개발에 나서면서 성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자전기는 전자장비와 교란장치를 이용해 적의 대공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전략무기다. 미 해군은 이미 ‘하늘의 마법사’로 불리는 ‘EA-18G 그라울러(Growler)’를 배치하고 있다. 한국판 그라울러 개발을 위해 우리 군은 2032년까지 1조8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우리 군은 차세대전투기(FX) 3차사업 당시 보잉의 ‘F-15SE 사일런트 이글’(Silent Eagle)을 검토하면서 전자전에 대비한 미 해군의 EF-18(그라울러)의 수출 승인도 요청했다. 북한의 ‘거미줄 방공망’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북한의 방공망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공군전력 저지를 위해 평양 일대에 4중의 방공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근 보유한 지대공미사일은 최대사거리 260~300㎞에 이르는 SA-5(Gammonㆍ고고도), 최대사거리 13~35㎞의 SA-3(Goaㆍ저ㆍ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최대사거리가 48㎞의 SA-2(Guidelineㆍ중ㆍ고고도)이다. SA-5는 40여기, SA-3는 140여기, SA-2는 180여기로 추정된다.
구소련에 의해 개발된 SA-2는 지난 1957년에 처음 실전에 배치됐다. 미소냉전 당시 소련 본토를 정찰하던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U-2’를 격추시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베트남전에서도 북베트남군에 의해 대량으로 사용됐으며 수많은 미군 전투기들이 이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악명이 높아졌다. 이밖에 SA-7(최대사거리 3.7㎞), SA-16(4.5㎞) 등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전투기 등 표적에서 내뿜는 적외선을 감지해 그 뒤를 자동 추적하는 방식이다. 단거리 비행하기 때문에 평양지역과 최전방 전투부대에 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자전기 개발의 경우 전자전기의 내부시스템은 LIG넥스원이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LIG넥스원은 신형 백두정찰기사업을 담당한 바 있다. 통신정보(COMINT), 전자정보(ELINT)와 함께 실제 미사일 발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화염탐지 기능이 포함된 계기정보(FISINT) 기능까지 개발했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내부시스템을 통합하는 체계통합이 쉬운 수송항공기(C-130)를 선호하는 반면, 공군은 속도와 고도 측면에서 비지니스제트기를 선호하고 있다. 미군은 두 가지 기종을 모두 도입하고 있다. 미 해군의 EF-18(그라울러)는 전투기이며 미 공군의 EC-130H 컴퍼스 콜(Compass Call)은 수송기다. 하지만 미공군은 EC-130H가 노후됨에 따라 주요 전자전장비를 해체해 G550 비즈니스제트기가 기반인 EC-37B로 교체할 계획이다.
설계단계에서 기체가 결정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대한항공은 통합체계를 놓고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군에서는 전자전기 재밍거리가 250km를 성능요구조건(ROC)로 제시할 것을 보인다. 이런 성능의 전자전기 5~6대가 공격편대로 배치될 경우 북한 평양의 4중 방공망 등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DD가 개발하려는 방식은 전자전기들이 먼 거리에서 적 방공망을 전자 방해하는 스탠드 오브 재밍(Stand Off Jamming) 즉 원격지원재밍방식이라며 산악지형인 한반도에서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EA-18G 그라울러의 재밍거리는 150㎞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해군은 차세대 전자전체계(NGJ)를 개발하고 재밍거리를 늘렸다. 고대역(High-band)·중대역(Mid-band)·저대역(Low-band) 시스템으로 나눠 개발됐는데 재밍거리만 360㎞ 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S-300, S-400 등 대공미사일이 B-2 폭격기, F-35 전투기 등 스텔스기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무력화시키는데 효율적인 전략무기로 인정받고 있다. 미 해군은 앞으로 EA-18G기용 NGJ 135세트를 도입해 F-35 스텔스기나 F/A-18 슈퍼호닛 등 주력 전투기에도 NGJ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