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평양 상공 뚫을 ‘한국판 그라울러’

최종수정 2023.04.15 09:31 기사입력 2023.04.15 08:00

전자전기 재밍거리만 250㎞ 이상될 듯
평양 SA-2 등 대공 미사일 무력화 가능

우리 군이 ‘한국판 그라울러(Growler)’인 전자전기의 독자 개발에 나서면서 성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자전기는 전자장비와 교란장치를 이용해 적의 대공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전략무기다. 미 해군은 이미 ‘하늘의 마법사’로 불리는 ‘EA-18G 그라울러(Growler)’를 배치하고 있다. 한국판 그라울러 개발을 위해 우리 군은 2032년까지 1조8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자전기 왜 필요한가

우리 군은 차세대전투기(FX) 3차사업 당시 보잉의 ‘F-15SE 사일런트 이글’(Silent Eagle)을 검토하면서 전자전에 대비한 미 해군의 EF-18(그라울러)의 수출 승인도 요청했다. 북한의 ‘거미줄 방공망’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북한의 방공망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공군전력 저지를 위해 평양 일대에 4중의 방공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근 보유한 지대공미사일은 최대사거리 260~300㎞에 이르는 SA-5(Gammonㆍ고고도), 최대사거리 13~35㎞의 SA-3(Goaㆍ저ㆍ중고도) 지대공미사일, 최대사거리가 48㎞의 SA-2(Guidelineㆍ중ㆍ고고도)이다. SA-5는 40여기, SA-3는 140여기, SA-2는 180여기로 추정된다.


구소련에 의해 개발된 SA-2는 지난 1957년에 처음 실전에 배치됐다. 미소냉전 당시 소련 본토를 정찰하던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U-2’를 격추시키면서 유명세를 탔다. 베트남전에서도 북베트남군에 의해 대량으로 사용됐으며 수많은 미군 전투기들이 이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면서 악명이 높아졌다. 이밖에 SA-7(최대사거리 3.7㎞), SA-16(4.5㎞) 등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전투기 등 표적에서 내뿜는 적외선을 감지해 그 뒤를 자동 추적하는 방식이다. 단거리 비행하기 때문에 평양지역과 최전방 전투부대에 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판 그라울러’ 미국과 달리 슨탠드 오브 재밍방식… 산악지형인 한반도 부적절 지적도

국내 전자전기 개발의 경우 전자전기의 내부시스템은 LIG넥스원이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LIG넥스원은 신형 백두정찰기사업을 담당한 바 있다. 통신정보(COMINT), 전자정보(ELINT)와 함께 실제 미사일 발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화염탐지 기능이 포함된 계기정보(FISINT) 기능까지 개발했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내부시스템을 통합하는 체계통합이 쉬운 수송항공기(C-130)를 선호하는 반면, 공군은 속도와 고도 측면에서 비지니스제트기를 선호하고 있다. 미군은 두 가지 기종을 모두 도입하고 있다. 미 해군의 EF-18(그라울러)는 전투기이며 미 공군의 EC-130H 컴퍼스 콜(Compass Call)은 수송기다. 하지만 미공군은 EC-130H가 노후됨에 따라 주요 전자전장비를 해체해 G550 비즈니스제트기가 기반인 EC-37B로 교체할 계획이다.


설계단계에서 기체가 결정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대한항공은 통합체계를 놓고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전기 성능은?

군에서는 전자전기 재밍거리가 250km를 성능요구조건(ROC)로 제시할 것을 보인다. 이런 성능의 전자전기 5~6대가 공격편대로 배치될 경우 북한 평양의 4중 방공망 등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DD가 개발하려는 방식은 전자전기들이 먼 거리에서 적 방공망을 전자 방해하는 스탠드 오브 재밍(Stand Off Jamming) 즉 원격지원재밍방식이라며 산악지형인 한반도에서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EA-18G 그라울러의 재밍거리는 150㎞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해군은 차세대 전자전체계(NGJ)를 개발하고 재밍거리를 늘렸다. 고대역(High-band)·중대역(Mid-band)·저대역(Low-band) 시스템으로 나눠 개발됐는데 재밍거리만 360㎞ 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S-300, S-400 등 대공미사일이 B-2 폭격기, F-35 전투기 등 스텔스기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무력화시키는데 효율적인 전략무기로 인정받고 있다. 미 해군은 앞으로 EA-18G기용 NGJ 135세트를 도입해 F-35 스텔스기나 F/A-18 슈퍼호닛 등 주력 전투기에도 NGJ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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