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투시경이 진화한다

최종수정 2022.05.31 11:26 기사입력 2022.05.31 11:26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지난 2013년 국내 중소방산기업이 뜻깊은 수출이 이뤄졌다. 독자 개발한 단안형 야간투시경이 말레이시아에 첫 수출을 한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우수한 방산제품에 부여하는 DQ마크를 인증한 후 첫 수출이었기에 K-방산의 시초였던 셈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중심을 이루던 수출시장에 중소기업이 뛰어들면서 점에서 주목했다. 수출 주역이었던 이오시스템의 광학장비 진화를 보기 위해서 최근 인천에 있는 본사를 찾았다.


본사 1층에 들어가니 입구부터 첨단 광학장비를 전시해 개발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광학장비는 야간에 목표물을 보일 수 있게 하는 야시장비를 말한다. 영화에서 특수부대원들이 적진에 침투해 헬멧에 장착한 렌즈로 어두운 전방을 볼때 초록색 바탕으로 비춰주는 장비다.


야간투시장비는 크게 열상장비와 야간투시경으로 구분된다. 열상장비는 열상검출기로 물체와 배경의 온도 차이를 영상으로 전환시켜준다. 반면 야간투시경은 영상증폭관을 활용해 물체에서 반사되는 미약한 빛의 밝기를 사람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일장일단이 있다. 열상장비는 흑백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힘들다. 유리창문도 투과하지 못한다. 야간투시경은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있지만 깜깜한 어둠속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장비에 들어가는 렌즈를 보기 위해 본관 2층 생산실로 올라갔다. 생산실은 하얀색 가운과 신발을 갈아신어야 입장이 가능했다. 회사 관계자는 렌즈를 가공하는 장소에서는 먼지가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설명했다.


장비에 삽입되는 렌즈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9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원자재가 들어오면 렌즈모형으로 가공한다. 평평한 대리석 위에 렌즈를 놓고 빙글빙글 돌리며 표면을 갈아낸다. 플라스틱 같던 렌즈는 연마공정까지 마치고 나서야 투명한 렌즈의 모습을 드러냈다.


하상선 공장장은 "주간에도 사용하고 야간에서는 열상장비로 사용하는 렌즈의 경우에는 통상 15일 동안 연마공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코팅작업을 보기 위해 이동한 복도에도 옷의 먼지를 모두 털어버리는 에어샤워실가 설치되어 있었다. 모든 공정라인에서 먼지가 적이라는 말이 실감됐다. 코팅작업은 까다로웠다. 일반 유리도 100% 빛을 투과하지 못한다. 반드시 코팅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반사율은 줄이고 투과율을 높일 수 있다.


완성된 렌즈는 검사실로 옮겨졌다. 렌즈를 4m가량의 기계안에 넣고 레이저 파장을 이용해 평면도를 측정했다. 조금이라도 울퉁불퉁하거나 각도가 휘어졌다면 초점거리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렌즈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야간투시경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장병들이 한쪽 눈으로만 전방을 볼 수 있는 단안형 야간투시경을 사용해왔다. 단점도 있다. 일반인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밖에 나올 경우 갑자기 환해지면 동공이 작아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장병들도 열상장비만 의지하다 눈을 떼면 전방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으로 밝기를 조정해주는 기능을 활용한 양안형 야간투시경이 개발됐다. 장병들은 두 눈을 모두 활용해 양안형 야간투시경을 끼고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전방 시야도 넓어졌다. 양안형 야간투시경을 장착할 경우 전방시야가 12°에서 40°까지 넓어진다. 여기에 지형의 굴곡, 높이, 고저차 등을 실제와 동일하게 보인다. 전방 환경을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오시스템의 양안형 투시경은 미국 제품보다 무게도 가볍고 배터리 운용시간도 대폭 향상됐다. 지난 2021년 10월 미국 본토에서 개최된 육군방산전시회(AUSA)에서 전세계 이목을 끈 이유다.


이오시스템은 앞으로 양안형투시경에 적외적장비를 접목한 증강형 복합 야시경(ANVG)을 개발할 예정이다. ANVG는 열상장비와 야간투시경의 취약점을 보완해 어느 환경에서도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자산 ANVG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개발된다면 방산수출에 효자역활을 톡톡히 할 수 있다"면서 "우리 군에도 보급해 전력을 극대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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