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중소기업이 이끄는 레이다 기술

최종수정 2022.06.21 12:00 기사입력 2022.06.21 12:00

극동통신, 차세대 중형위성에 이어 KPS 지상국 도전장
우리 군 첫 요격 미사일 철매Ⅱ레이다 핵심기술도 보유

국내 안테나 기술력으로 생산한 해상감시레이더-Ⅱ.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인류는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그 반사음으로 어둠 속을 비행한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고 레이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레이다(RADAR)’라는 이름은 무선 탐지와 거리측정(radio detecting and ranging)이라는 구절의 첫 글자로 만들어졌다. 독일의 크리스티안 휠스마이어는 전파와 빛은 유사한 성질을 가졌다는 점을 착안해 항해에 이용할 수 있는 무선반향도구를 개발해 1904년 특허를 획득했다. 이후 레이다의 성능은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고 국내 방산기업들도 국산화에 성공을 거뒀다. 국내 레이다 기술을 보기 위해 지난 26일 충남 논산시에 위치한 극통통신을 방문했다.


논산시 부적면 한적한 마을을 지나자 조그만한 숲속을 들어가니 극동통신 본사가 눈에 들어왔다. 본사 주변에는 그야말로 논밭을 빼고 평야나 다름없었다. 본사에 들어가자 20m높이의 안테나 철탑만 눈에 띄었다. 회사 관계자는 "전파를 시험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고층건물과 전파에 방해를 받는 산이 있으면 안된다"면서 "공장의 위치를 이곳에 세울만한 이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본사 1층에 들어가니 10m길이의 안테나부터 접시모양의 안테나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레이다는 안테나가 반드시 필요하다. 안테나는 용도에 따라 탐지, 추적, 통신, 위성 안테나로 나뉘며 송수신전자장비가 장착된 평면형안테나, 미장착된 접시형 반사판 안테나, 막대기형 안테나로 나뉜다. 평면형 안테나는 안테나가 돌지 않아도 송수신전자장비가 전파의 방향을 바꿀수 있다. 전투기와 미사일에 장착된다.


안테나는 탐지·추적·통신 등 기능별로 구별
핵심 부품인 모듈에 따라 안테나 성능 달라져
KPS지상국 국산화 할 경우에는 비용절감 효과

3층 생산라인에 올라가니 젊은 직원들이 가득했다. 직원들은 외부손님이 와도 모를 정도로 책상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안테나는 페라이트라는 일종의 자석봉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직원들은 볼펜만한 페라이트에 도금을 하고 코일을 감아 전파의 방향을 잡아줬다.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페라이트 하나하나에는 고유에 코드번호가 붙어있었다. 이력관리를 위해서였다.


페라이트로 군용주파수를 사용하는 X-Band 안테나는 만들어졌다. 작업을 끝낸 페라이트 16개가 모아 1개의 모듈을 완성했다.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첫 요격 미사일인 철매Ⅱ(천궁)도 적의 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다가 있는데 안테나에 464개의 모듈을 삽입한다. 더 높은 대역의 주파수인 Ka-band에 사용되는 페리아트는 X-Band 안테나의 페라이트의 10% 크기에 불과했다. 마치 볼펜심 같았다.


극동통신은 지난해 3월에 발사된 차세대 중형위성 1호의 안테나도 생산했다. 차세대 중형위성 1호는 고도 497.8km 궤도에서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이 영상은 흑백 0.5m, 칼라 2m 해상도인데 정확한 전송을 위해서는 안테나의 성능이 필수적이다.


진화하고 있는 국산 안테나의 기술력으로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사업에도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KPS는 ‘한국형 GPS사업’이라고도 불리며 정부에서 오는 2035년까지 총 3조723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 GPS를 활용하는데, 국내에선 10m 수준의 오차가 발생한다. KPS가 개발되면 그 100분의 1 수준인 ㎝ 단위로 오차 범위가 내려가 정확한 거리 측정이 가능해진다. KPS가 설치되기 위해서는 국내와 해외에 각각 10개의 지상국을 세워야 하는데 1개 지상국에 2개이상의 안테나가 필요하다. 비용절감과 향후 유지보수를 위해서 국산 안테나가 필수적으로 쓰여져야 한다는게 업체측 설명이다.


극동통신 이승호 대표는 "그동안 해외에서 전량으로 도입해오던 안테나들이 이제는 국산화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인공위성을 비롯해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사업까지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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