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K14 저격용 소총 직접 쏴보니

최종수정 2020.02.26 09:12 기사입력 2018.09.03 09:03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1591년 조선의 국왕 선조는 대마도주가 건넨 조총 한 정을 선물받는다. 당시만 해도 선조는 조총의 위력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해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게 조선군이 연패하면서 개인화기의 위력을 실감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선조 때가 되어서야 휴대용 화기인 승자총통과 화승총을 잇따라 개발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미군이 일본군으로부터 압수한 38식, 99식 소총을 보유하게 된다. 1948년 국군이 창설되면서 미군의 M1소총과 M1보다 짧고 가벼운 M1카빈소총이 보급됐다. 군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세우며 국방부 산하에 조병창을 세웠다. 우리 손으로 만든 총 한 자루 없이 한국전쟁을 치른 설움이 컸기 때문이다. 조병창은 1981년에 대우정밀공업(현 S&T모티브)으로 민영화되면서 소총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소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S&T모티브 부산공장을 찾았다.


빗방울이 쏟아지는 S&T모티브 야외사격장에 도착하니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K계열 소총이 사격대 책상위에 놓여있었다. 실탄을 가득 채운 탄창 10여 개가 눈에 들어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소총은 K1A기관단총. 얼뜻 보아서는 현재 우리 군에 보급된 소총과 비슷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K1A를 변형한 K1A기관단총은 각종 특수장비를 장착할 수 있도록 총열덮개 부분에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을 달았다. 기관단총은 기계장치에 의해 연발이 가능하지만 '서브(Sub)' 라는 말이 붙을 만큼 매우 작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총이다. 육군은 K1A기관단총을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에 적용해 보급할 계획이다.


K1A를 들어올리자 묵직했다. K1A 소총의 무게는 약 2.87kg. 조준ㆍ확대경과 표적지시기, 소음ㆍ소염기 등 각종 장비를 부착해도 1kg 정도 늘어나는 수준에 불과해 크게 무겁지 않았다. 조준경을 통해 본 과녁은 선명했다. K1A 소총에 3배율의 조준경이 적용되면서 과녁이 크게 보인 탓이다. 단발에 놓고 10발을 80m 전방 과녁을 향해 발사했다. 100% 명중. 10발은 모두 과녁을 꿰뚫었다. 자신감에 연발발사에 도전했다. 방아쇠를 당겼다. 20여발이 쉴새없이 뿜어져 나왔지만 기존의 K1소총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조절식 개머리는 기자의 신체사이즈에 맞게 5단으로 조절이 가능해 충격도 충분히 흡수했다. 사격을 모두 마치자 레일부분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왼손으로 레일밑부분을 잡을 수 있는 전방손잡이가 장착된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전방손잡이는 오히려 연발발사에서 소총의 흔들림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다.


업체 관계자는 "기존의 K1보다 소음과 섬광을 대폭 줄여 전시에 적에게 노출될 위험을 줄였다"면서 "우리 군의 특수부대는 물론 피지,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세네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도 사용하고 있는 명품 기관단총"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K2 소총을 개선한 K2C1 소총을 집어들었다. K2C1 소총은 기존 K2 소총의 개머리판과 총열덮개 부분을 개량한 것이 특징이다. 개머리 부분을 접철 및 5단계 조절식으로 개선해 펼쳤을 때 전장이 1014mm로 기존 K2 소총 대비 34mm를 늘일 수 있게 만들었다. K2 소총 생산을 시작한 지 30년이 흐르는 동안 병사들의 키가 커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밖에도 탈착식 가늠자, 부가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총열덮개, 전방손잡이 등을 더해 사용자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K2는 K1A보다 소총길이가 길었다. 그만큼 K2의 유효사거리도 K1A(400m)보다 200m가 길다. K2 소총은 옛날방식대로 조준 가늠자를 통해 과녁을 조준해야했다. 그만큼 과녁을 조준하기가 힘들었다. 단발로 사격을 연이어 했지만 명중률은 K1A보다 떨어졌다. 명중률 80%. 조준 ㆍ확대경이 왜 있어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연발을 놓고 사격하자 유효사거리가 긴만큼 어깨로 느끼는 충격은 강했다. 소총의 방향이 틀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깨에 힘이들어가기에 충분했다.


이번엔 K-14 저격용 소총에 겁없이 도전했다. K-14 저격용 소총은 2013년 순수 독자 개발된 7.62mm 소총으로 외국군도 구매욕심을 내는 수출효자상품이다. 초정밀 기술이 집약돼 1MOA(100야드 밖에서 사격 시 1인치 표적 안에 탄착군 형성)에 적합한 시험평가도 무난히 통과했다. K-14 사격을 하기 전에 사격방법을 먼저 경청했다. 저격용 소총은 일반 소총보다 민감하다. 방아쇠를 당길 때도 미세하게 움직이며 숨을 죽여야만 했다.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방아쇠 손잡이를 받쳐줘야 했다. 주먹을 펴다 쥐다 하면 과녁의 눈높이를 쉽게 맞출 수 있었다.


80m 전방의 과녁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집게손가락을 방아쇠에 걸며 살며시 만졌다. 숨을 쉴 때마다 과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숨을 참고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총알은 5cm 넓이의 과녁을 약간 벗어났다. 다시 한번 정조준했고 이번엔 2발 연속 과녁을 뚫었다. 업체관계자는 4cm크기의 K4 탄피를 가리키며 도전해보라고 권유했다. 저격용 소총을 쏠 때마다 자신감에 찼다. 긴장을 풀고 쏜 결과 탄약통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업체 관계자는 "S&T모티브는 K-14 저격용 소총을 개발하며 세계에서도 유래가 드물게 권총, 돌격소총, 기관총, 고속유탄기관총, 저격용 소총에 이르기까지 풀라인업(Full Line-up)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격을 마치고 방탄복을 벗자 온몸은 그새 땀 범벅이 됐다. 긴장한 탓에 어깨는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만들어낸 소총으로 정중앙을 뚫은 과녁을 보니 뿌듯하기만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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