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중소기업의 힘… 국산화 부품 선두주자

최종수정 2020.02.26 09:12 기사입력 2018.11.19 10:59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내 순수기술로 만들어낸 무기의 국산화율은 얼마나 될까. 무기 국산화율은 지난해 기준 66%이다. 10여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이를 위해서 국내 기업들은 해마다 주요부품 국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산화율이 높아지면 가격경쟁력은 높아지고 수리가 용이해진다. 대표적인 부품이 전자파(EMI) 차폐 케이블이다. EMI 차폐케이블은 적이 우리나라 상공에 핵실험 수준의 폭발력을 가진 핵 전자기펄스(EMP)탄을 터져도 손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EMI차폐 케이블을 국산화하기 전에는 미국 타이코(Tyco)사와 독일의 헬레만(Hellermann)사의 제품을 전량 수입해야만 했다. 하지만 연합정밀이 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37년간 총 900여억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핵심부품 국산화의 현 주소를 보기 위해 지난달 22일 천안시에 위치한 연합정밀을 찾았다.


연합정밀 본사입구에 들어서니 각 층마다 터널로 연결된 12개동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연합정밀은 처음부터 12개동을 설립한 것이 아니라 매출이 발생할때마다 연구소를 늘려왔다. 각 동마다 국산부품 국산화를 이끌고 있는 인터컴(intercom) 통신장비, 전자파(EMI) 차폐 케이블, 커넥터 등을 생산한다.


본관입구에 들어서자 아침부터 내리쬐는 가을햇볕에 조용한 분위기였다. 전략기획실에 들어서자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TV모니터에는 군수ㆍ항공ㆍ민수 등 분야별 매출 달성율이 나타났다. 이달까지 90%를 달성했다며 개인별 실적수치까지 나타냈다. 치열한 기업환경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김영진 전략기획실 이사는 "현재 군에서는 탐지거리가 향상된 군단정찰용 UAV-Ⅱ 사업을 진행중인데 무인기에 장착될 통합통신장치를 개발했다"며 "무인기와 지휘소가 통신ㆍ영상ㆍ제어신호를 데이터 처리 용량이 256bps(bps:1초당 전송할 수 있는 비트 수)에 달해 국외기술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합정밀은 대한항공에서 2020년까지 개발할 수출용 사단급 무인기에도 데이타링크 시스템를 납품하기로 해 국내방산기업들 사이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업체 관계자는 주력상품인 커넥터 생산라인을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안내했다. 회전결합체는 전차, 헬기 등에 본체와 회전하는 부분을 연결하는 핵심부품이다. 전차의 경우 본체와 회전하는 주포를 연결해주고 헬기는 구동하는 임무장비를 연결해준다. 회전결합체가 내구성이 없거나 본체와 연결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뛰어난 무기도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커넥터 생산라인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야 했다. 담당자 외에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신발에 덧신을 신고 3m길이의 클린품에 들어서자 앞뒤 문은 닫히고 양옆으로 강한 바람이 10초간 불어왔다. 미세한 먼지조차 용납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파란색 방진복을 입은 생산라인의 직원들은 넓은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 집중하느라 외부인이 들어온지도 몰랐다. 책상위에는 수십개의 통신장비와 설계도면이 흩어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복잡해 보였다.


옆동으로 이동하니 원통모양의 회전결합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산 대공ㆍ유도무기 비호복합에 들어가는 회전결합체가 한창 조립중이었다. 얼뜻보기에는 단순한 부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본체와 회전체를 연결하기 때문에 2000RPM(분당 엔진회전수)을 누적시간 10년을 버텨야 하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며 "사용기간동안 회전결합체안에 복잡한 부품들이 제 기능을 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실험도 거쳐야 했다. 60평규모의 환경시험장비실에 들어서자 여러가지 시험장비들도 채워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난연시험기(Smoke box). 생산된 제품들을 이 시험기에 넣고 불로 태운 후 독성이 나오는지, 어느 부분이 먼저 연소를 하는지 등을 알아낸다. 전시상황에 전차나 헬기가 불이 발생할 경우 군장병들이 유독가스를 마시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생산된 핵심부품이 영하 70도에서 영상 180도를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해보는 항온항습기, 평상시 중력의 48배 압력을 가해 충격을 주는 진동시험기 등이 눈에 띄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항공용 전원장치 부하시험기를 설치해 자체시험도 가능해졌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 많은 시험을 할 수 있는 실험장비를 갖춘 업체는 드물다"면서 "국내외에도 구할 수 없어 시험장비의 30%는 자체제작해 여러가지 환경조건을 적용해 시험한다"고 말했다.


연합정밀에서 개발해 생산하는 국산 핵심부품만 케이블조립체 2만여종, 커넥터 3만여종 등 5만 2000여종에 달한다. 특히 모든 무기에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EMI차폐 케이블은 전차에만 140여종의 케이블이 사용된다. 장갑차는 85종, 자주포 130여종, 무전기 10여종, 무인항공기 99종이 사용된다. 마치 '최첨단 무기의 혈관'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방산중소기업의 힘을 표현해주는 한 대목이다. 공장을 빠져나오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기술은 87%에 달한다"며 100%가 되는 날까지 우리가 이끌어 가겠다"는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멤돌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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