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의 뇌’는 軍과학의 결정체였다

최종수정 2020.02.26 09:13 기사입력 2016.10.17 10:58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남쪽에 있는 대연평도에 폭음이 울려퍼졌다. 북한이 일으킨 포격도발로 민간인과 군인 등이 큰 피해를 봤다.


우리 군은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비장의 무기'를 서해 5도에 배치했다. 바로 차기다련장로켓인 '천무'다. 천무는 사거리만 80㎞에 달해 북한이 보유한 장사정포 중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보다 30km이상이 길다. 한반도 화약고라 불리는 서해 도서를 지키고 있는 천무의 생산과장을 보기 위해 지난달 22일 ㈜한화 구미사업장을 찾았다.


구미사업장을 찾기 위해 기차에 올라탔을때만 해도 날씨예보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2시간을 달려간 김천구미역에 도착하자 맑은 날씨가 기자를 반겨주었다. 차량으로 30분을 더 이동해 한화 구미사업장에 인근에 도착하자 마치 자로 그린듯 반듯한 도로와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세워 전자ㆍ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면 설립한 국가산업단지 모습 그대로였다.


약 9만2500㎡(2만 8000평) 규모의 구미사업장에 들어서자 파란색 조립동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산업단지내 다른 공장들과 겉모습과는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회사 관계자의 안내로 첫 방문을 한 곳은 바로 조립공실. 15m길이의 라인 8개에는 직원 100여명이 앉아 조용히 무엇인가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탄약을 폭발시키는 '뇌'의 역할을 하는 신관을 조립하는 공정이었다.

생산라인에서 무엇인가 열중하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니 한눈에는 보이도 않는 부품을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집고 있었다. 부품하나의 크기는 약 5mm정도. 마치 손목시계에 들어가는 톱니바퀴하나를 조립하듯 조심스러워 말을 붙이기조차 힘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신관은 충격신관, 조립신관, 시한신관으로 나뉘며 시계와 같은 원리로 언제 폭발시킬지 결정해주는 역활을 하기 때문에 시계조립처럼 정밀함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화약성능이 우수해도 결국 화약을 폭발을 유도하는 신관이 불량이 경우 불발탄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미사업장은 50여가지 폭약의 신관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방문한 이날 구미사업장은 150mmㆍ155mm탄과 K-9자주포탄 생산이 한창이었다. 회사관계자는 ㈜한화가 주력생산하고 있는 천무의 신관을 보여주겠다면 화공조립동으로 이끌었다.


기대와 달리 천무신관 조립동은 조용한 독서실 같은 분위기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전 시설이 자동화 공정이었다. 천무신관을 조립하는 조립시설은 13단계 조립과정을 모두 소화했다. 조립과정이 모두 자동이다보니 전자파를 모두 없애기 위해 복도에는 직원들이 핸드폰을 휴대할수 없어 복도에 진열해 놓았다.


조립을 마친 천무신관은 모두 엑스레이(X-Ray)실로 모두 옮겨졌다. 생산품 모두 하나하나 신관내부를 검사해 불발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엑스레이실을 들여다 보니 직원들은 계란판 위에 황금알을 만지듯 황금색 신관을 조심스럽게 엑스레이 검색대로 옮겼다. 실시간으로 영상촬영을 볼 수 있는 엑스레이 촬영기계는 모든 탄의 엑스레이 결과를 저장한다고 회사관계자는 귀뜸했다.


신관의 모든 공정은 섬세함 그 자체였다. 잘 짜여진 산업도시의 중심에서 서 있는 신관 조립공장동은 우리군의 전력을 자로 잰 듯 섬세하게 전력화를 시켜줄 것이란 믿음을 만들어주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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