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지역 방어 용사들 ‘헬기레펠도 거뜬’ [양낙규의 Defence Club]

최종수정 2024.04.16 07:14 기사입력 2024.04.16 07:10

[르포]육군 50사단 장병들 헬기레펠 훈련
특임대 장병들과 대테러훈련 호흡

한미는 올해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 연습에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부여했다. ‘작전계획(작계) 2022’의 일부분을 적용했다.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된 훈련에서 북한은 핵 공격 외에도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특수작전 부대의 후방침투가 대표적이다. 발전소 등 핵심 시설을 파괴했다. 지난해부터 시뮬레이션 전쟁 환경에는 날씨도 부여해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지역사단이 방어에 나섰다. FS 중반이 넘어서야 북한군의 활동이 현저히 줄었다. 지역사단의 기동 중대와 군사경찰 특임대의 활약 덕분이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대구·경북지역 방위를 담당하는 육군 제50보병사단을 지난달 20일 찾았다.


장병들은 조교에게 안전수칙을 듣고 레펠타워 앞에서 망설임없이 뛰어내리고 있다. (사진제공=50사단)
특임대 장병들이 소총은 물론, 권총과 탄창을 모두 착용하고 헬기레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50사단)


50사단 입구에는 강한 바람이 들이닥쳤다. 굵은 나뭇가지까지 휘청였다. 부대로 들어가자 규모에 놀랐다. 육군 전 사단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였다. 면적만 287만 6000여㎡(87만여평). 부대 한쪽 헬기 레펠 훈련장으로 들어서니 검은색 군복을 입은 군사경찰 특수임무대(특임대) 장병들과 일반 군복을 입은 기동 중대 장병들이 열에 맞춰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레펠을 타기 전에 교관의 유의사항 등 설명도 이어졌다. 이들의 임무는 서로 다르다. 특임대 장병들은 대테러임무 최전방에 선다. 기동 중대 장병들은 특임대를 지원한다. 이들 장병이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서로의 임무를 이해하고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다. 군 관계자는 “특임대 장병들은 한미 연합연습 기간 구미 등 작전구역에서 10일 이상 훈련을 해왔다”며 “몸은 지치지만, 이 또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대테러작전을 위해 헬기 레펠 훈련 진행

11m 높이의 레펠 타워는 고개를 치켜세워야 꼭대기가 보였다. 마냥 높았다. 조교는 레펠 타워 앞에서 장병들에게 다시 한번 안전 수칙을 강조했다. 기동중대 장병 4명은 짝을 지어 계단을 타고 4층 높이까지 올랐다. 한 장병이 꼭대기 낙하지점에 걸터앉아 외쳤다. “상병 송민제, 하강 준비 끝.” 장병은 성인 남성이 손바닥으로도 쥐기 힘든 굵은 밧줄에 의지해 맨몸을 던졌다. 안전장치도 없었다. 바닥에 1m 두께의 충격 흡수 매트가 전부였다. 장병은 로프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강하했다. 바닥에 닿을 때쯤 양발로 로프를 감싸고 제동을 걸자 지상 1m 높이에서 멈춰 섰다. 송민제 상병은 “전날 첫 하강을 했다”면서 “긴장도 하고 어리숙했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을 때마다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엔 특임대 장병들이 강하를 준비했다. 소총은 물론, 권총과 탄창을 모두 착용했다. 무게만 족히 15㎏이 넘었다. 보기에도 무거워 보였다. 기동중대 장병들은 헬기에서 안전하게 강하하는 게 목적이다. 특임대는 다르다. 제동이 생명이다. 강하하는 지점이 평지가 아닐 수도 있다. 건물 옥상이 될 수도 있다. 특임대는 건물 옥상에서도 로프에 거꾸로 매달려 창문으로 침투할 수 있어야 한다. 역레펠이다. 특임대는 성인 손가락만 한 로프를 이용했다. 하강하면서 전투까지 해야 하므로 로프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김초림 특임분대장(중사)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한 달에 한 번 레펠 훈련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병들은 스네이크 대형을 갖추며 건물벽에 붙어 진입하고 있다. (사진제공=50사단)


자리를 옮겨 대테러훈련에 들어갔다. 테러범 4명이 건물을 장악한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50사단 기동 중대 장병들은 차륜형 장갑차에 탑승한 채 굉음을 내며 건물로 다가왔다. 차륜형 장갑차는 지역방위사단용으로 보급된 K806 장갑차다. 국내에서 개발된 K806 장갑차는 최대 시속 100km로 주행할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 자동조절 장치가 달려 있어 험지 주행도 문제없다. 연막탄도 장착했다.


테러범 진압은 물론 실제 헬기서 하강 훈련도

특임대는 건물 좌측, 기동중대는 건물 우측부터 진입했다. 장병들은 스네이크 대형(뱀 몸통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대형)을 갖추며 건물 벽에 붙어 정문을 향했다. 테러범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건물 중앙에 진입한 장병들은 좌우로 흩어졌다. 모든 대화는 수화로 진행했다. 선두에 선 장병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한번 가리킨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저 방향에 문이 열려있다는 점을 알리는 신호다. 이어 뒤에서 진입하던 소대장이 앞서있는 특임대 장병의 어깨와 허벅지를 치며 진입을 알렸다. 신체에서 민감한 부분을 만지는 것은 소음 속에서도 신호전달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진입은 순식간에 끝났다. “꽝, 꽝, 꽝” 테러범은 순식간에 사살됐다. 소대장은 무전으로 “1층 클리어”라고 외치고 2층으로 향했다. 10여명씩 움직였지만, 발소리는 하나 없었다. 2층 테러범도 순식간에 제압한 뒤 장병들은 건물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장병들은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123여단(일격여단)으로 향했다. 지금은 사라진 육군 70사단 주둔지에 자리 잡은 여단 연병장에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이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자태를 뽐냈다. 수리온은 첫 국산 기동헬기다. 2012년 육군 실전에 배치돼 기동헬기로 활용되고 있다. 수리온은 장병들이 올라타자 지상 15m까지 올랐다. 수리온 비행으로 바람은 거셌지만, 장병들은 훈련한 대로 자세를 유지하며 연병장으로 강하했다. 이날 강하 훈련에 참여한 인원만 4개 중대 100여명이다.


군 관계자는 “기동 중대는 산악이나 해안 등 지형에 상관없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지역방어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훈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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