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항모 루스벨트함 타보니[양낙규의 Defence Club]

최종수정 2024.04.12 13:57 기사입력 2024.04.12 12:01

미 핵항모 루스벨트호 함상 르포
11일부터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 실시

한·미·일 3국 해상전력이 제주 남방공해상에 모였다. 미국 해군은 해당 수역에서 진행된 합동 해상훈련을 이끈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10만t급)을 11일 공개했다. 미군이 전략자산이자 ‘기함(旗艦)’인 핵 항모를 한·미·일 3국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에서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F/A-18E 함재기가 힘차게 발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일보)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해상훈련'에서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에서 함상요원 중 하나인 슈터(SHOOTER)가 발진 사인을 주자 F/A-18E 함재기가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사진제공= 국방일보)

취재진은 일본 오키나와의 카데나 공군기지에서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를 타고 항모에 착함했다. 수송기는 굵은 쇠줄인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에 물고기처럼 걸려 비행 갑판 중간에 딱 멈춰 섰다. 이처럼 항공모함에는 지상보다 턱없이 짧은 비행 갑판으로 항공기를 이·착륙시키기 위해 탑승자에게 ‘특이한’ 체험을 선사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항공기를 항모 밖으로 ‘쏘는’ 역할을 하는 ‘캐터펄트(catapult·사출장치)’도 마찬가지다. 루스벨트함 관계자는 "캐터펄트는 멈춰있던 항공기를 3초 만에 시속 160마일(약 249㎞)로 달리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탑승자는 지구 중력의 3배에 가까운 가속도를 체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캐터펄트 이용한 전투기 3초 만에 시속 250㎞

노랑 조끼를 입은 승조원이 손을 들어 올리자 항공모함이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를 내며 F/A-18 슈퍼 호넷 전투기를 비행 갑판 밖으로 쏘아 올렸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달려 나간 전투기는 허공에서 잠시 왼쪽으로 몸이 기우는 듯하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잡고 큰 호를 그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루스벨트함은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하이라이트인 이·착함 장면들이 촬영된 곳으로 알려졌다.


갑판엔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최신예 함재기 가득

함장실에는 이 항모 이름의 주인이자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다룬 사진과 흉상들로 가득했다. 함장실 옆방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하키리그(NHL)의 유명 선수들이 직접 사인한 야구 배트와 하키 스틱이 걸려 있는 ‘큰 몽둥이 선반(big stick rack)’이 눈길을 끌었다. 재임 시절 군사력을 강조하며 강경한 대외 정책을 펼쳤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빅 스틱(실력 행사)’ 외교 기조를 미국 대표 프로 스포츠는 물론 궁극의 전략자산인 핵 항모와도 연관 지은 셈이다.


이날 루스벨트함이 소속된 미 제9항모강습단의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단장(해군 준장)은 한·미·일 취재진과 만나 "이 지역의 위대한 동맹인 한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알렉산더 단장은 이번 훈련이 북한·중국에 대한 경고메시지인지 묻어보자 말을 아꼈다. 그는 "이번 훈련은 공해상에서의 정례적인 작전이며 (사전에) 잘 조율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것(훈련)은 우리가 동맹국들을 직접 만날 기회인데, 이는 위기의 시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오키나와=국방부 공동취재단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