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이스라엘식 토론 교육 받는 MZ 훈련병들

최종수정 2024.03.06 05:45 기사입력 2024.03.05 07:10

육군 39사단 신병교육대대 탐방기
주입식 교육보단 토론으로 자부심 심어줘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인구절벽에 군 장병 수도 부족하다. 복무기간까지 줄면서 숙달된 병력 양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이 신병 교육에 고심하는 이유다. MZ세대의 군인 양성 과정을 보기 위해 최근 경남 함안에 있는 육군 39사단 신병교육대대를 찾았다.


훈련병 정신교육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교육으로 진행했다. 일명 하브루타(havruta)교육으로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논쟁을 하며 진리를 찾는 방식이다. (사진제공= 육군 39사단)
훈련병들의 식사는 외주업체인 ‘풀무원푸드앤컬처’에서 조리를 맡았다. (사진제공= 육군 39사단)


39사단 정문에 들어서니 초겨울 강풍에 몸이 휘청거렸다. 반면, 신병대대 건물에는 찬바람 대신 내무반에서 흘러나오는 온기로 가득했다. 복도에는 카드를 꽂아 쓰는 전화기 10여대가 눈에 들어왔다. 훈련병들은 주말에는 1시간씩 본인의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입대할 때 지급받은 병사용 ‘나라 사랑’ 체크카드를 꽂아 공중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생활관에 들어갔다. 2주 전에 갓 입대한 훈련병이 가득했다. 앳되어 보였다. 자취방일 것 같던 생활관은 예상과 달랐다. 내무반 한쪽에는 대형 공기청정기가 한창 돌아갔다. 이불도 달랐다. 상용 이불이었다. 빨래는 민간업체에 맡겼다. 관물대에는 개인용품이 가득했다. 화장품, 선크림 등 개인물품도 비치되어 있었다.


MZ장병에 이스라엘 하브루타식 토론 교육 진행

정신교육도 진행됐다. 교육 시간은 이전 군대와 사뭇 달랐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교육을 진행했다. 일명 하브루타(havruta) 교육. 이스라엘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교육으로 나이,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논쟁하며 진리를 찾는 방식이다. 이날 주제는 군 복무와 애국심이다. 2중대 훈련병들은 5명씩 짝을 지어 앉았다. 21번 이청천 훈련병은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이 훈련병은 “베트남 전쟁 당시 보트피플에 대해 생각하면서 국가의 소중함을 알았다”며 “국가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의는 군 간부 없이 진행됐다. 30번 정제이 분대장은 “일제강점기를 생각해 보자”며 “나라를 잃은 서러움을 우리가 또 겪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세대 장병들에게 강요는 없었다. 다만, 보상은 철저했다. 교육 훈련(80%)과 상점(포상점수) 20%를 기준으로 최고의 소대로 선정되면 전화 이용 10분, PX 이용 시간 등을 준다. 중·소대장 등을 맡을 경우 5점, 분리수거를 할 경우 5점 등 상점도 철저했다. 달랐다. 주입식 교육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했다.


교관들은 군사교육도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닌 군사교육의 필요성 등을 설명해준다. (사진제공=39사단)


김찬수 신병대대장(중령)은 “MZ세대는 개인 특성이 뚜렷해 과거 교육 방식으로는 임무 수행 능력을 키울 수 없다”며 “‘수류탄을 잘 투척하라’가 아닌 ‘수류탄의 용도와 수류탄을 잘 던져야 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39사단은 현장 체험식 교육도 시행 중이다.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위치한 이태준 기념관 등을 방문해 독립운동 업적과 희생정신을 직접 느끼도록 한다. 또 가상현실(VR)을 통해 안중근 의사나 맥아더 장군의 역할을 맡아 작전 지휘도 해본다.


훈련병들, 넉넉한 자유시간 속 철저한 보상도

훈련병들은 정신교육을 마치고 식당으로 모였다. 식당에는 조리병이 없었다. 외주업체가 음식 조리를 맡고 있었다. 이 업체 직원 15명이 1000여명의 한 끼 식사를 책임졌다. 한 끼에 들어가는 쌀만 20kg 12포다. 일반 성인이 1일 2500~3000㎉를 먹어야 하지만 훈련병에게는 3000㎉를 지급한다. 운동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훈련병들은 맛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훈련병들의 식사 풍경도 이색적이다. 식사 시간에 대화는 자유로웠다. 소대원 모두 식사를 마칠 때까지 식탁에서 기다리지도 않았다.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농업에 종사하다 입대한 황현식 훈련병은 “수요일의 셰프 데이나 주말 브런치 데이 때면 남은 음식이 없을 정도로 맛있다”면서 “농사일을 마치고 먹는 단순 메뉴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전남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재학 중에 입대한 이정섭 훈련병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그립지만, 훈련소 음식이 웬만한 학교급식이나 식당보다 좋다”며 “친구들에게 겁먹지 말고 한번은 군 복무에 도전해 뿌듯함을 느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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