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北, 생화학무기 꼼짝마"…긴박한 훈련 현장

최종수정 2023.11.07 07:10 기사입력 2023.11.07 07:10

호국훈련 일환 육군 7군단
생화학무기 대비 훈련 현장
올해는 장병 공포심 줄이는 훈련도

지난달 24일 합동참모본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연례 야외 기동훈련인 호국 훈련이 한창인 충청북도 증평군 육군 37사단 공병대대 연병장은 곳곳에 설치된 간이천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천막에는 의무병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날 훈련의 시나리오는 전시상황에서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발사했을 경우에 대비해 부상병과 대량전상자 처리가 주요 임무였다. 부상병 치료와 생화학무기에 피해를 입은 장비를 재빨리 복구시키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다.


호국 훈련은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가 주관한 한미연합훈련이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에 반환되면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든 훈련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폭 축소됐다 현 정부 들어 다시 강화됐는데, 이번 호국 훈련에선 북한의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육군이 청군과 황군으로 나눠 공격과 방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육군, 청군 vs 황군 나눠 생화학무기 훈련

이날 훈련의 시나리오는 전시상황에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발사했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부상병과 대량전상자 처리가 주요 임무였다.
생화학무기를 소독하고 응급치료를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생존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연병장 밖에서는 생화학무기 공격을 당한 K-200 보병 전투 장갑차 8대가 굉음을 내며 부대 안으로 줄줄이 진입했다. 장갑차가 멈추자 장갑차 안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장병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하차했다. 이날 생화학무기 경보는 임무형보호태세(MOPP) 5단계 중 4단계. 방호복은 물론 방독면과 방호장갑까지 완전무장을 하는 단계다.


가상으로 총상을 입은 장병들도 포함됐다. 의무대 장병들은 장병들을 환자 수송용 들것을 이용해 장병들을 눕힌 뒤 천막으로 이동했다. 부상 부위를 확인했지만, 방호복을 벗기지 못했다. 오염물질에 상처 부위가 오염될 경우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독면부터 소독제를 뿌리고 방호복까지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 복부에 총상을 입은 장병은 복부에 감긴 붕대가 그대로 노출되자 다른 천막으로 이동시켰다. 미군도 합류했다. 주한미군 65의무여단 소속 장병들의 손길이 빨라졌다. 우리 군과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몸짓으로 부상병치료는 재빨리 진행됐다. 생화학무기를 소독하고 응급치료를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인 도지헌 하사는 “2018년 미군에 입대한 뒤 주한미군에 지난해 3월 배정받아 첫 한미연합훈련을 하게 됐다”면서 “서로 훈련방식과 장비가 다르지만, 훈련을 통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유익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장병들은 4명의 환자가 탈 수 있는 의무후송차량에 장병들을 태우는 임무를 도맡았다.
오염물질에 상처부위가 오염될 경우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응급치료를 끝낸 부상병들은 미군의 의무후송차를 이용했다. 주한미군 장병들은 4명의 환자가 탈 수 있는 의무 후송 차량에 장병들을 태우는 임무를 도맡았다. 연병장 한쪽에서는 장갑차 소독이 한창이었다. 마치 세차를 하듯 보였다. 군 관계자는 “소독제를 사용한 물의 압력은 일반 세차장에서 나오는 수압의 4배 정도”라며 “꼼꼼히 소독하지 않으면 제2의 오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올해 훈련에는 장병들의 공포심과 전투 스트레스를 줄이는 과정도 포함했다. 전시상황을 처음 겪는 장병들에게는 정신적 피로가 쌓여 전투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종참모 배지홍 대위는 "대량전상자 처리 훈련과정에서 장병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다"며 "신앙을 통한 장병 정신력 강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北, 생화학무기 최대 124만발 추정…서울시 면적 4배 오염량

이번 훈련은 북한이 생화학무기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에 대비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발간한 ‘동북아안보정세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화학작용제의 양은 약 2500~5000t이다. 생화학무기 1발에 화학작용제 4kg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학탄의 수는 62만5000발에서 최대 125만발에 이른다. 서울시 면적의 4배인 2500㎢(7억 5625만평)를 오염시킬 수 있는 양이다.


한미는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VX가스 560kg'을 스커드 미사일에 실어 서울 도심을 타격할 경우 최대 20만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생화학전 대비책과 동시에 선제공격도 준비 중이다. 한미는 그동안 대비 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실시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평양의 영변 핵시설과 주요 지휘부 시설, 북한 전역에 있는 주요 미사일 기지만 정밀 타격하는 연습도 집중하고 있다. 합동요격지점(JDPI) 700개를 선정해 가상으로 공격하는 훈련이다.


한미는 2016년 키 리졸브(KR) 연합훈련 때 JDPI를 포함한 ‘작전계획 5015’를 처음 적용했다. ‘작계 5015’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계 5029’,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 5027’, 국지도발에 대응한 평시작계를 통합한 것이다. ‘작계 5015’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한 계획까지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 할 수 있는 ‘맞춤형 확장억제전략’, ‘4D계획’(탐지ㆍ교란ㆍ파괴ㆍ방어)도 담겼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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