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접목한 24시간 철통경계

최종수정 2021.12.07 10:23 기사입력 2021.12.07 10:23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북한은 1980대 이후 소형 잠수함을 이용한 대남침투를 이어왔다. 1983년 부산 다대포사건, 1985년 부산 청사포사건, 1996년 강릉사건, 1998년 속초사건, 1998년 강화도사건과 여수사건 등이 대표적인 대남침투사건이다. 부산 다대포사건에서는 우리 군이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 침투한 반잠수정을 격침하는 성과도 올렸다. 이후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침투에 대비해 노후화된 레이더 대신 인공지능(AI)기술을 접목한 감시체계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촘촘한 방어망을 보기 위해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53사단을 찾았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와우산을 올라가니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듯 단풍잎이 도로 양쪽에서 손을 흔들어줬다. 단풍을 즐기는 것도 잠시 군 안내장교의 차량은 군사제한구역이라는 푯말이 적인 외길로 빠져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위치한 부대는 바로 육군 53사단 청사포 레이더기지였다. 부대안에 들어가니 3층 건물이 전부였다. 군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3층으로 올라가자 한가롭게 보였던 건물과 달리 장병 10여명이 수십대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맨 앞줄에는 3곳 지역을 각각 100번대 번호별로 구분하고 그 앞에 감시요원인 장병 2명씩을 배치했다. 번호는 레이더가 세워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장병들 앞에 놓인 대형 모니터를 보니 수많은 점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해상위에 떠 있는 어선, 여객선 등이었다. 점을 하나 클릭하자 선박이름, 속도, 위치, 운항상태 등이 나타났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와 연동되어 실시간으로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점을 클릭해도 정보가 보이지 않는 물체가 있다. 바로 미확인 물체다. 장병들은 모니터에 미 확인물체를 발견하면 최초로 발견한 시간, 위치 등을 입력하고 추적한다.


청사포 레이더기지는 기자가 방문하기 3일전에도 해상에서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레이더 감시병이 어둠이 깔린 저녁 7시 미확인물체를 최초로 포착했고 해양경찰은 연안구조정을 급파했다. 미확인 물체는 물위에 떠다니는 냉장고로 확인됐고 회수했다.


두송근 통합상황실장(준위)는 “53km 앞에 일본 대마도가 위치해 부산앞에는 수많은 여객선, 어선 등이 항해를 한다”면서 “특히 여름철에는 피서객들의 레저스포츠 활동이 많아져 긴장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니터 옆을 보니 당일 수온, 파도 높이, 기상, 일출시간 등을 고려해 침투가능한 장비별 목록을 보기 쉽게 표기했다. 수중추진기는 오전 시간대, 반잠수정은 오후시간대, 잠수함은 저녁 시간대 식으로 알려졌다.


가운데 줄로 옮겨 모니터를 보니 ‘AI 기반 해상감시 경보체계’가 미확인물체를 추적하고 있었다. 레이더 모니터에는 100여개가 넘는 점들이 보였다. 이들 점들은 어선일 수 도 있지만 파도 같은 해면반사파, 새떼나 돌고래떼 같은 잡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병들은 이들 점들을 미확인 물체인지, 허상인지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으로는 구분하는데 한계가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레이더 장비 경보체계는 반사면적, 속도, 반복패턴 등 6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미확인 물체인지를 구별했다. 또 조업지역 이탈, 취약지역 진입, 급고속 기동 등 16가지 특이징후 패턴에 해당하면 장병들에게 알리고 추적에 들어갔다. 모니터를 보니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2개의 물체를 추적중이었다. 알고리즘과 패턴에 속해 추적중인 미확인 물체였다.


한쪽에는 열영상장비(TOD)관측병이 모니터로 해운대 앞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TOD 영상은 적외선으로 해상의 물체를 감지하고 영상정보로 바꿔주는 장비다. 모니터는 흑백 영상이었지만 배와 사람의 움직임을 정확히 나타냈다. TOD관측병은 30개가 넘는 배를 인화해 벽에 붙여놓고 수시로 대조해가며 비교했다.


옥상에 올라가니 10m 높이의 GPS-98K 레이더가 제자리에서 쉴새없이 돌고 있었다. 부산 앞바다를 보니 반사되는 바다위 물체를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레이더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부대를 빠져나오니 마지막 단풍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을 보니 장병들이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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