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누구를 위한 방산전시회인가

최종수정 2024.03.22 15:18 기사입력 2024.03.22 07:10


지상방위산업 전시회가 결국 둘로 쪼개졌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과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될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다. 시기도 비슷하다. DX KOREA는 오는 9월25일부터 28일까지이고 KADEX는 그 다음주인 10월2일부터 6일까지다.


당초 이들은 하나였다. DX KOREA란 이름으로 육군협회가 주최하고 민간전시기업인 디펜스엑스포(IDK)가 주관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짝수년마다 격년제로 다섯 번 열렸다. 문제는 돈이었다. IDK는 연이은 적자라며 육군협회에 주기로 한 기부금을 주지 않았다. 이게 화근이었다. 분쟁은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졌다. 결국 화해를 하지 못하고 둘로 쪼개졌다. IDK는 2021년 상표권을 등록했다며 ‘DX KOREA’라는 전시회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육군협회는 ‘KADEX’라는 새로운 이름을 쓰기로 했다.


방산기업들은 혀를 내찬다. 두 전시회 모두 국가적 망신이 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DX KOREA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는 ㎡당 5t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 전차 등 중장비의 실내 전시가 가능하다. 문제는 국방부, 육군본부, 방위사업청 모두 후원에 등을 돌렸다. 해외 육군 참모총장들을 초청할 명분이 사라졌다. 육군 실장비가 전시될지도 미지수다. 방산기업에서 생산하는 장비는 모두 육군 소유다. 육군의 허락 없이 전시는 불가능하다. 결국 무늬만 방산 전시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KADEX도 마찬가지다. 장소는 충남 계룡대 비상활주로다. 육군협회는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있고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 육군교육사령부 등이 인접한 ‘국방의 심장’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홍보한다. 내면은 시원치 않다. 해외 고객이 인천공항에서 계룡대를 가려면 족히 4시간은 걸린다. 각종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간이 화장실이 전부다. ‘중동 왕세자가 간이 화장실을 쓰게 될 판국’이라는 핀잔도 나온다. 간이 천막 시설도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간이 천막으로 전시회를 진행하지 않는다. 가을 폭우라도 쏟아지면 국가적인 망신이다. 육군협회는 인근 지역 숙박업소와 협약을 체결하고 계룡대역 등과 연계된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방문객들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이들 두 기관은 "지상 최대 전시회" "방산기업이 원하는 전시회" "K-방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되묻고 싶다. 방산기업 입장에서 한 번만이라도 생각했는지 말이다. 방산기업을 대상으로 단 한 번도 전시회에 대한 의견수렴이나 설명회조차 하지 않았다. 참가비만 재촉했다. 방산기업은 어느 곳도 참여하지 않고 싶다는 입장이다. 해외 전시회에 더 관심이다. 오는 9월3일부터는 ‘K-방산’ 최대 고객인 폴란드가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MSPO)’를 개최한다. 이어 11일부터는 호주가 ‘랜드포스(Land Forces)’전시회를 연다. 국내 지상전시회 개최 당일엔 동남아시아 ‘K-방산’ 최대 고객인 필리핀이 ‘ADAS 방산전시회’를 시작한다. 다음달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군 분야 방산 전시회로 손꼽히는 미국 AUSA 전시회 참가를 준비해야 한다. 수출을 위해선 해외 전시회가 더 실속 있다.


방산 업계는 국내 전시회 통·폐합을 주장한다. 국무총리실은 2008년 각 군이 주최하는 방산 전시회가 난무하자 DX-KOREA와 서울 ADEX를 통합하라고 군에 지시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 ‘K-방산’이 최대 성과라는 현 정부라도 고민해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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