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흔들림 없는 ‘K-방산’ 수장을 원한다

최종수정 2023.07.07 10:18 기사입력 2023.07.07 09:00

방위사업청 설립 이후 잡음 계속
엄동환 청장의 교체설 솔솔
리더십 흔들리면 ‘K-방산’의 신화도 흔들

2001년 12월 육군 장성 2명이 구속됐다. 육군 공병감실과 조달본부에 재직했던 장성들이 45억원 규모의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현찰을 받았다가 적발된 것이다. 영관급 2명, 예비역 소령 1명, 군무원 1명도 구속됐다.


방산비리가 끊이질 않자 노무현 정부는 칼을 꺼내 들었다. 조달본부를 없애고 방위사업청을 설립해 외청으로 독립시켰다. 초대 청장은 국방부 국방 조달본부장을 맡았던 김정일 전 청장이었다. 그는 방산업체에 근무하는 군 동기생으로부터 수백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진사퇴했다. 취임 6개월 만이다. 2대 이선희 청장은 방사청 계약관리본부장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3대 양치규 청장은 국방부 백두사업단장과 방사청 KHP사업단 체계관리부장을 역임했다. 4대 변무근 청장은 해군본부 해군교육사령관 출신이다.


문제는 군 출신 청장들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는 점이다. 한 청장은 해외 방산무관을 모두 없앴다. 이 청장은 유럽의 엔진 제작 업체인 롤스로이스를 방문하기 위한 출장을 떠났다. 롤스로이스 측은 귀빈(VIP) 예우 차원에서 고급승합차를 제공했다. 하지만 승용차가 아닌 승합차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방산무관과 롤스로이스 한국 직원을 불러 “청장을 짐짝 취급한다”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중요한 약속까지 연기하며 결국 차량을 바꿔야 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와 정보본부장에게 방산무관을 없애고 국방무관에게 방산 업무까지 맡기자고 건의했다. 결국 이듬해 방산 수출을 전담하던 방산무관 제도는 폐지됐다. 그러자 부작용이 생겼다. 현지에서 비밀스러운 정보업무를 수집하던 무관들은 각종 방산 관련 행사에 끌려다니며 노출된 것이다.


이에 민간인 출신 청장들이 영입됐다. 5대 청장인 장수만 청장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과 조달청장을 거쳐 국방부 차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뒤탈은 여전했다. 차관 시절인 2009년 장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청와대와 예산 문제를 협의한 것. 장관은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국방부 내부에서는 ‘장관 위에 차관’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장 전 차관은 임기 내내 기자들에게 방사청을 국방부 소속으로 바꾸고 ‘제 2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청장으로 임명되자 입장을 바꿨다. 청장은 “잘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라며 “방사청을 외청으로 두는 게 옳다”고 했다. 청장이 된 뒤, 국방부의 간섭을 받기싫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졌다. 사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리며 방산 비리를 끊어낼 인물로 여겨졌지만 정작 본인이 조달청장 시절의 함바 비리에 얽히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방산 업계에서는 방위산업을 이끌어 갈 청장의 자질과 리더십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푸념이 이어졌다.


현 방사청장인 엄동환 청장의 교체설도 끊이지 않고있다. 엄 청장이 내년 총선의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고 휴가까지 갔다는 것이다. 후임 장군도 거론됐다. 후임자는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백선엽 장군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후임자를 자처한 '셀프 하마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이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지 50주년인 올해 K-방산의 수주는 현재까지 50조원을 돌파했다. 역대급 수출액도 기대된다. 방사청장은 ‘K-방산’을 이끌 수장인데 끊임없이 리더십이 흔들리는고 있다. 리더십이 흔들리면 ‘K-방산’의 신화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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