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방위비분담금 협상 시작… 미측 청구 금액은

최종수정 2018.03.05 08:37 기사입력 2018.03.05 08:37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가 이번 주부터 10차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협의에 들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분담 증액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해온 만큼 증액규모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군관계자에 따르면 한미양측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10차 협정의 첫 협의를 시작하고 지난 2014년 체결한 9차 SMA의 협정 유효기간은 5년으로 올해 만료돼 2019년 이후 분담금에 대해서는 연내 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는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1991년부터 미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부분적으로 한국에게 부담토록 하고 있다.

▲미측이 요구할 추가 금액은= 우선 올해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측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관한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측이 사드관련 부담금을 청구할 경우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청구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를 운용할 미 8군 예하 35방공포여단 일부 병력이 사용할 성주골프장 기존 시설과 임시 막사 등을 개조할 경우 이 비용도 군사건설비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대가 요격미사일을 쏠 때 추진력에 의한 반동을 최소화하도록 발사대를 고정하는 콘크리트 시설도 여러 곳에 구축해야 한다. 이 비용을 군수지원비 명목으로 요청하고 시설유지용역, 유류소송과 저장 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주둔 중인 한미연합사이전 비용도 요구할 수 있다. 연합시 이전을 놓고 그동안 한미는 이견이 있었다. 한미는 부지에 대해 '최소규모'로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지만 비용 부담의 주체와 관련해서는 입장차를 보였다. 우리 측은 연합사 본부의 기반시설에 대한 비용은 부담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비용을 미측이 부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측은 시설에 대한 신축ㆍ운영ㆍ유지비 등을 우리 측에서 모두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용산기지의 연합사를 이전할 경우 이전비용을 모두 우리측에 요구할 가능성은 높다. 미측에서 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우리 측에 계속 떠넘길 경우 SMA에서도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부의 대책은= 이에 대해 국방부는 방위비분담을 5년 단위로 협상하는 '총액형'에서 매년 필요한 분담금을 지급하는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국방부의 이같은 방안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유연하게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은 총액형과 소요형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액형을 선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급격한 분담금 증액을 억제하는 장점이 있지만 분담금 집행과정에서투명성은 확보할 수 없다. 반면 일본이 채택한 소요형은 집행의 투명성은 보장되더라도 총액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소요형이 총액형보다 합리적이고 투명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지만, 수요가 클 경우 우리 부담이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같이 나온다.

국방부가 방위비분담금을 소요형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중인 이유는 투명성 때문이다. 미군이 우리 정부로부터 방위비분담금을 받았지만 집행되지 않은 금액은 지난해 5월 기준 3331억원에 달한다. 미군은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인건비,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 세 가지 명목으로만 분담금을 사용해야 한다. 이중 건설비는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군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현금으로 지급된 군사 건설비를 집행하지 않고 은행에 예치해 막대한 이자 수익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방부도 이런 지적이 계속 제기됨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을 소요형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분담금 방식을 소요형으로 바꿀 경우 당장 협상에 불리할 수 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배치에 따른 추가적인 분담금을 요구할 경우 증액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제도 변화에 대한 미국의 저항과 소요형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투명성은 높인다'는 식으로 절충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으로 안보 상황이 급변할 경우 분담금의 급격한 증액에 대한 부담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협상에서는 분담금 제도를 소요형으로 전환하되 총액 자체가 일정액 이상 증액되지 않게 하는 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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