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귀순 10번 포착했지만 8번은 놓쳤다(종합)

최종수정 2021.02.23 12:35 기사입력 2021.02.23 12:35

박정환 합동참모본부장이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최근 북한 남성이 동해를 6시간 수영해 월남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군 장비에 이 남성이 10차례나 포착됐지만 상황실 간부와 영상감시병은 8차례까지 식별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수영으로 넘어온 미상인원의 모습은 지난 16일 오전 1시5분부터 38분경까지 해안감시장비 감시카메라 4대에 5회 포착됐다. 당시 상황모니터에는 경고알림이 2번 울렸지만 상황실 장병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군 당국의 강원도 고성 ‘수영 귀순’ 사건 조사 결과다.


아울러 미상인원은 오전 4시12분부터 14분까지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3번, 오전 4시16분부터 18분까지 민통선초소 CCTV에 2회 포착됐다. 이때 군은 미상인원을 포착하고 윗선에 보고했다.


합참은 현장 점검결과 "상황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절차를 미준수해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했다"며 "강화도 월북사건 이후 수문·배수로 점검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부실했다"고 시인했다. 특히 "제진 민통소초에서 미상인원을 처음 발견했지만 상황조치 메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수행이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합참은 "미상인원이 6시간동안 헤엄을 쳐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경로와 수영시간 등은 조사중"이라며 일련의 귀순 과정에 대한 논란을 일축하진 못했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그러나 이마저도 늑장 보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했기 때문이다. 22사단장에게는 식별 34분 뒤에 보고됐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 공사 때 설치됐으나 해당 부대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책은 그간 ‘노크 귀순’과 ‘철책 점프 귀순’ ‘배수로 월북’ 등의 후속대책을 재탕한 것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된다.


한편 국방부는 해안경계 임무를 해양경찰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육군은 2014년 전북 부안지역을 대상으로 경계임무 이관을 위한 시험적용을 한 적이 있다. 적용 결과 해안경계를 위해서는 35사단 병력 8600여 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해경 인력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임무를 해경에 이관하기엔 아직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으로, 이번 ‘수영 귀순’과 같은 사건의 재발 우려를 낳고 있다.


군은 해경의 경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서해안 당진부터 동해안 울진까지만 임무를 이관한다는 차선책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후방지역에 귀순이나 침투사건이 발생할 경우 군과 해경 사이 책임 떠넘기기 논란도 예상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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