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K-미사일' 핵심기술 담긴 비밀연구소

최종수정 2023.10.24 09:13 기사입력 2023.10.24 07:10

LIG넥스원 대전하우스 힐스연구소 언론 첫 공개
국내 방산기업 최초 미사일 시뮬레이션 가능
사우디 수출 유력한 천궁-Ⅱ도 이곳에서 완성

우리 군이 국산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다. 국산 1호 미사일은 미국에서 들여온 지대공미사일 'MIM-14 나이키 허큘리스(NH)'를 역설계해 만든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백곰(NHK-1)'이다. 역설계는 기존 제품을 분해해 원리를 파악한 뒤 자체 설계한 것이다.


이후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에 의한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파 테러’ 사건이 터지면서 전두환 정권은 국산 미사일 개발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40년이 흘러 미사일 기술은 축적됐고 지금은 ‘K-방산’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에 35억달러 규모의 지대공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를 수출하면서 우리나라 역대 최대 방산 수출의 물꼬를 텄다. 천궁-Ⅱ 수출을 시작으로 FA-50,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수출이 이어지며 K 방산은 유례 없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국내 미사일 기술이 집약된 LIG넥스원 대전 하우스를 방문했다.


한국 미사일의 미래 담긴 연구소
'한국형 패트리어트'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 SAM 2) '천궁-Ⅱ'는 15 ~ 20Km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사진은 충남 보령 대천사격장에서 열린 천궁 실사격장면.

대전 하우스는 총 1300억원을 투자해 2017년에 건립한 정밀유도무기 연구개발(R&D)시설이다. 대한민국 국방과학의 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 인근(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연구소의 규모는 연면적 4만2800m²(약 1만평). 회사 관계자는 “한국 미사일의 미래가 담겨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대학교를 연상시크는 건물 안에는 'HILS(Hard ware in the loop simulation, 힐스)' 시설이 자리 잡았다. 힐스 시설은 일종의 시뮬레이터다. 회사 관계자는 “이곳은 일부 미사일 연구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라며 “언론 공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힐스 시설은 유도미사일을 실제 시험 발사하기 전에 미사일 모형을 설치하고 미사일이 비행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비행은 제대로 하는지,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지 등을 가상의 공간에서 시험할 수 있다. 유도미사일의 잘못된 점을 미리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힐스 시설에는 날아가는 미사일의 상하, 좌우, 회전을 비롯한 3차원 공간 위치까지 관찰할 수 있다. 여섯 개 운동 방향을 관찰할 수 있어 '6 자이로(DOF)'라고 한다.


힐스시설, 실제 미사일 발사 전 다양한 시험 가능

가상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힐스 시험장 내부로 들어서니 철조망 울타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미사일은 초음속으로 비행한다. 초음속은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마하’로 표시된다. 마하1은 시속 1224Km이다. 시뮬레이터가 미사일의 초음속 속도를 그대로 구현하는만큼 장치의 회전속도가 빨라 자칫 부상을 당할 수 있어 철조망으로 접근을 막은 것이다.


힐스를 가동하자 공기가 압축되며 굉음을 냈다. 힐스는 ‘ㅁ’자 모양의 철근이 두 개가 겹쳐 달렸는데 내부에 달린 철근에 미사일 모형을 달고 상하, 좌우로 움직이며 미사일 궤도대로 움직였다. 180도를 움직이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외부에 달린 철근에는 적외선투사장비와 레이저장비를 장착해 유도미사일이 표적을 제대로 쫓아가는지, 레이저가 표시한 표적을 향해 어떻게 날아가는지 시험했다.


유도미사일은 표적을 탐지해 추적하는 ‘정밀 추적기(시커)’를 장착하는데, 시커는 발사 순간부터 전차가 명중되기 전까지의 모습을 모두 실시간 영상으로 보내준다. (사진제공=LIG넥스원)

실험동에서는 미사일 모형이 날아가는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 (사진제공=LIG넥스원)

회사 관계자는 가상의 미사일의 비행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모니터를 켰다. 충남 태안지역에 침투한 적의 전차를 대전차유도미사일로 격추하는 시나리오였다. 대형 모니터를 보니 전차 한 대가 산 중턱을 빠르게 지나갔다. 전차가 적군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속도와 위치를 입력하자 유도미사일이 발사됐다. 유도미사일은 표적을 탐지해 추적하는 ‘정밀 추적기(시커)’를 장착하는데, 시커는 발사 순간부터 전차가 명중되기 전까지의 모습을 모두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줬다. 미사일 모형이 날아가는 모습을 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영상이었다.


강호균 수석연구원은 “국내 방산기업에서 HILS시설을 보유한 곳은 LIG넥스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하 2층에는 가로, 세로 각각 4m 길이의 콘크리트 기둥이 시뮬레이터 아래에 들어섰다. 시뮬레이터는 조그마한 진동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건물과 분리된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시뮬레이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최첨단 유도무기의 수출은 방산업계에서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꼽힌다. 극소수의 선진국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을뿐 아니라 국민 안위가 걸린 무기인만큼 성능과 신뢰성이 동시에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정학적 요소와 수출국과의 외교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여럿"이라며 "힐스 시설을 통해 ‘K-방산’을 이끌 유도무기의 성공 신화를 다시 쓰겠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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