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아나시스 2호' 교신 필수품…위성단말기 생산 구슬땀

최종수정 2023.08.29 07:36 기사입력 2023.08.29 07:36

한화시스템 구미 위성 단말기 생산공장 탐방기
군전용 위성 발사로 인해 단말기도 성능 개량

지난달 방문한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생산공장은 방산기업답게 보안이 철저했다. 군 기관의 신원 확인부터 회사가 자체적으로 요구한 보안서약서까지 작성한 뒤에야 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본관동 1층 위성 시험장에 들어서니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청결 구역’이 나왔다. 방문자들은 모두 시험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정전기 방지 신발 덮개를 신어야 했다. 카메라 촬영도 금지됐다. 위성 단말기 생산 노하우를 유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보기술(IT )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전화 교환기(TDX) 자립을 시작으로, 1996년 2세대 이동통신서비스(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하나의 채널로 한 번에 한 통화밖에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디지털 방식 휴대폰의 한 방식)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9년에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군 통신도 마찬가지다. 민간과 함께 사용하던 무궁화 5호 위성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군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를 발사했다. 최초로 군 전용 위성을 보유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군사 전용 위성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아나시스 1호로 불렸던 무궁화 5호 위성은 군 전용이 아닌 탓에 전파 교란 등의 취약점이 있었다. 반면 아나시스 2호는 군 전용 통신위성인 만큼 무궁화 5호에 비해 데이터 전송 용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국군은 이 위성을 통해 통신 가능 거리와 정보처리 속도, 전파 교란(재밍) 대응을 비롯해 단독 작전 수행 능력 등이 대폭 향상됐다. 무궁화 5호 위성을 사용하던 때를 ‘3G 시대’ 라고 부른다면, 아나시스 2호는 LTE급 통신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 위성을 사용하기 위해선 지상에서 장병들이 위성 단말기기 필요하다. 위성 단말기는 일종의 휴대전화 역할을 한다. 장병 개개인이 위성 단말기를 착용하고 작전에 나서면 언제, 어디서든 통신이 가능해진다. 한화시스템 구미 공장은 이런 첨단 위성 단말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터치' 한번에 군 위성통신 접속

시험장 내부는 IT 전문회사처럼 서버가 즐비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휴대용 위성 단말기인 ‘군위성통신체계-II 지상 단말기’가 눈에 띄었다. 아나시스 2호 위성을 사용하기 위한 맞춤형 단말기였다. 단말기는 안테나 역할인 가로, 세로 각각 30㎝ 크기의 송수신기와 휴대폰 역할을 하는 본체로 이뤄졌다. 전체 무게는 5.8㎏에 불과해 장병이 휴대하기 편리했다.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하는 본체를 켜면 아이디와 비밀번호, 보안 모듈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작동된다. 출고 때는 사용자(User)로 통일되지만, 군에 보급되면 군에서 부여하는 고유번호를 다시 입력하게 된다. 모두 '터치 기능'을 갖췄다.


전영현 수석연구원은 “위성 사용자가 많아지다 보면 요구 성능도 많아지게 마련”이라면서 “군위성통신체계-II 지상 단말기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은 물론 전파에 방해받지 않고 전군 통합 음성·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궁화 5호 위성을 이용한 단말기가 취약했던 항재밍(Anti-jamming)기술을 보강했다는 의미다. 항재밍은 북한에서도 사용하는 전파교란 공격기술을 막아낼 수 있다. 또 북한이 평양에 침투한 우리 군의 통신을 감청해도 전파의 종류와 수신내용을 파악할 수가 없다.



단말기를 시험하는 계측기는 대형 서버와 비슷한 모양새다. 단말기를 연결하면 출력, 잡음 등 43개 항목을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자동시험장비를 개발해 단말기 납품 시기를 당초 5년 계획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단말기 1대를 생산하는 시기도 5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 불량률도 0.5%에 불과하다.


軍, 6G 시대 통신체제 준비…7억대 규모 단말기 시장 '공략'

단말기는 위성이 발달하면서 다양화됐다. 공중, 해상, 지상에서 모두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종류도 늘어났다. 군도 6G 시대에 맞는 통신체계를 준비 중이다. 저궤도 통신위성을 이용해 지상 기지국처럼 공간의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외국을 비롯해 바다·하늘·사막 등 그간 이동통신이 제한됐던 곳에서까지 자유롭게 네트워크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기술을 바탕으로 민영화 기술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고속·저지연의 6G 시대에서는 위성 시스템뿐만 아니라 위성과 연동되는 ‘단말기’ 사업에서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한다. 하늘 기술 패권을 잡더라도 결국 지상에서 직접 쓰는 단말기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간 통신업계 등은 향후 위성통신 산업에서 단말기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017년 15억6570만대(출하량 기준)를 정점으로 한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지만,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6G 시대에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하게 되면 7억대 규모의 단말기 시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시스템은 단말기뿐만 6G 시대가 열리기 전 사용기반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도 준비 중이다. 위성이 늘어나고 단말기가 늘어나면 군이 사용하는 데이터 용량도 커져 통신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육해공 작전 통합을 위해서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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