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공간서 실제전투 벌인다

최종수정 2020.02.26 09:13 기사입력 2015.11.02 10:49

국내 첫 공격헬기 세뮬레이터, 네비웍스 가상훈련장을 가다

네비웍스 시뮬레이션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군은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헬기 36대를 2018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2000년대 초부터 육군 공격 헬기의 노후화에 따른 전력 공백을 보강하고 북한군 기갑전력과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특수부대의 수도권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대형 공격 헬기 도입을 추진해 왔다. 현대전에서 공격 헬기는 지상화력은 물론 공군과 연합해 지상, 해상, 공중의 표적을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전력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공격 헬기의 전력은 조종사의 숙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도 있다. 헬기 조종사의 차세대 전술훈련 방식을 한눈에 보기 위해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양 스마트퀘어산업단지에 위치한 네비웍스를 찾았다.


4층 높이의 사옥은 주변의 건물들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회사소개를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4층 사무실도 가상현실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답게 깔끔하기만 했다. 하지만 방산기술을 다루기 때문에 보안카드 없이는 어느 사무실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2000년도에 설립된 네비웍스는 올해 장병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소부대 전술훈련용 게임(RealBX)'과 고정익기(항공기)ㆍ회전익기(헬기)의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가변형 전술훈련 시뮬레이터 플랫폼(RTTP)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기존의 시뮬레이터는 단순히 조종사들이 비행훈련을 익힐 수 있는 1세대 시뮬레이터였다면 네비웍스에서 개발한 시뮬레이터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해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2세대 시뮬레이터인 셈이다. 국내 최초 개발이라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소부대 전술훈련용 게임(RealBX)' RTTP



1층 시뮬레이터실로 들어갔다. 건물은 겉보기와 달리 특이한 모양이었다. 건물은 한가운데는 넓이 1160㎡(350평), 높이 12m에 달하는 빈 공간이 있었고 이곳을 사무실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였다. 빈 공간 1층에는 컴퓨터 40여대가 책상 앞에 일렬로 늘어져 있고 한 여직원들은 게임을 하듯 가상의 공간 안에서 전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마치 PC방에서 나란히 앉아 게임을 즐기는 모습처럼 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큰 시뮬레이터의 경우 높이만 10m에 달해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라며 "이곳에서 전 직원 중 80%에 해당하는 개발인력이 현실과 가까운 가상현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험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1층 모퉁이에 위치한 사무실 문을 열자 RTTP가 한눈에 들어왔다. 좌석이 두 개인 시뮬레이터 앞에는 좌우 6m 길이의 스크린이 놓여있고 좌석 좌우에는 10여개의 디지털 모니터가 장착돼 있었다. 기자가 "실제 헬기 내부와 다르다"고 묻자 업체 관계자는 "RTTP는 전술훈련 시뮬레이터이기 때문에 현재 육군에서 운영 중인 6대의 헬기를 아날로그 계기판 대신 디지털 계기판으로 동시에 구현할 수 있게 제작됐다"며 "시뮬레이터 6대를 상호 연동해 6대의 헬기가 동시에 전술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좌석을 옆으로 나란히, 앞뒤로 나란히 배치할 수 있어 고정익과 회전익 모두 전술훈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RTTP RTTP



일단 시뮬레이터에 올라타 코브라 공격헬기를 선택했다. 스크린에 펼쳐진 헬기장에는 UH-60 수송헬기에 병력들이 올라타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병력들의 작전지역 투입을 위해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헬기가 뜨자 스크린에는 한강과 경기도 남양주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다. 비행장을 빠져나와 고도를 다시 낮추자 스크린에는 공장과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한반도지역을 1m급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도"라면서 "북한지역도 그대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수송헬기를 따라 비행한 지 1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쿵쿵' 하는 폭음이 들렸다. 바로 전차전이 한창인 전장지역이었다. 스크린 속 수송헬기에는 낙하산을 펼치고 장병들이 낙하를 시작했다. 기자의 헬기를 낙하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다가가려 하자 업체 관계자는 "사람, 건물 등과 충돌하는 것을 모두 인지하는 것은 물론 대공포가 발사되면 상황을 그대로 묘사한다"고 말하며 기자를 말렸다. 임무수행을 마치고 가상의 현실에서 부대로 복귀했다.


임무를 마치고 "전술훈련 시뮬레이션을 개발한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있냐"고 질문하자 원준희 네비웍스 사장은 "전 세계에 우리와 동등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미국의 L3사밖에 없다"며 "2025년 최소 100억달러가 넘는 전술훈련 시뮬레이션시장을 선점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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