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 내손안에 '홍보 여전사 3인방'

최종수정 2011.07.05 16:46 기사입력 2011.05.19 08:48

왼쪽부터 연합정밀 김소연씨, 록히드마틴 코리아 김지현씨, S&T대우 권진아씨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M16A1소총은 구경 5.56mm, 전장 990.6mm, 강선회전율은 1회전 12인치입니다"
 
현역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도 쉽게 알아듣기 힘든 무기 제원을 줄줄이 외우는 여성들이 있다. S&T대우 권진아씨, 록히드마틴 김지현씨, 연합정밀 김소연씨가 바로 홍보 여전사 3인방이다.
 
S&T대우 권진아(27)씨는 "구경은 쉽게 말해 총알의 지름, 전장은 총의 길이, 강선회전율은 총알이 한바퀴 도는데 소요되는 길이"라고 설명하면서 무기 제원에 대한 즉석 브리핑을 했다.
 
권씨는 부산대 재학시절 S&T의 사보를 접하면서 총이나 칼 등 무기 이야기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 권씨는 지난 2008년 4월 S&T대우에 입사해 이제는 직접 사보를 제작하고 있다.
 
권씨도 처음부터 방산기업에 적응하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입사 첫날 받은 것이 무기체계 용어설명집이예요. 토익 단어와는 차원이 달랐죠"라며 "방산기업 특성상 남자직원이 많아 확실한 상하계층 구조도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더라구요"라며 초년병 시절을 떠올렸다.  

도전정신에 발동이 걸린 권씨는 사격장, 연구실 할 것 없이 공장을 헤집고 다녔다. 지금은 군입대를 앞둔 남자후배들에게 사격자세까지 가르쳐줄 정도로 베테랑이 됐다. 권씨는 해외 바이어들이 찾아와 자사 소총에 관심을 보일 때 "한 기업의 제품이 아닌 대한민국 국방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록히드마틴의 김지현(30)씨는 홍보대행사인 KPR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9년 11월 록히드마틴 코리아에 입사했다. 김씨는 "지금의 직책은 단순 홍보 차원을 뛰어 넘어 한국의 경제, 국방, 외교적인 수준까지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며 "한국 국방력에 얼마만큼 무기가 필요한지, 국방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김씨가 제일 반가워하는 사람은 여성 군사전문기자들이다. "외국회사라 그런지 사내 여성비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방산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것이라는 오해는 그야말로 오해일뿐"이라고 못박았다.
 
연합정밀 김소연(26)씨는 지난해 7월 입사한 새내기 직원이지만 꿈은 야무지다. 김씨의 꿈은 방산전시회의 달인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일에도 여기저기 방산전시회를 찾아 발품을 판다. 덕분에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에 푹 빠진 김씨는 군복무를 마친 남자 친구들을 볼 때 오히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한다고 털어놓는다.

김씨는 남자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군대 이야기나 각종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주도하고 화제를 이끌어나갈 정도로 이미 국방관련 지식으로 무장해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씨는 "우리 회사 제품이 들어가 완성된 방산품을 전시회에서 볼 때면 짜릿함을 느낀다"면서 "방산전시회 전문가를 위한 길은 멀고 험난하겠지만 언젠가는 국내 최고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양낙규 기자 if@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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