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너무 높았나'…전술교량사업, 20년만에 재추진

최종수정 2022.12.29 09:54 기사입력 2022.12.29 09:33

세계 최장 60m ROC설정에 시간만 낭비
방산기업 아닌 민간 교량업체서 개발키로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한국형 전술교량 사업이 20여년 만에 재추진된다. 군 안팎에서는 합동참모본부가 교량의 성능요구조건(ROC)을 세계 최장 길이로 설정하면서 국내 개발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시간만 지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9일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전술교량-Ⅱ사업을 위해 국내 교량업체와 이달 23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술교량은 전시에 다리가 끊어졌을 때 임시로 설치되는 다리로 군수품과 병력을 움직이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차기 전술교량사업은 2003년 합동참모본부의 요청에 따라 추진됐다.


방위사업청이 연구개발에 들어간 전술교량-Ⅱ 예상 모습. 방사청 제공


당시 합참은 교량 길이 ROC을 60m로 설정했다. 세계 최고 길이다. 군이 ROC를 60m로 설정한 것은 한미연합사의 전시 교량 피해 예상 범위를 토대로 책정한 것이다. 해외에서 전술교량을 생산하고 있는 방산기업은 4곳이다. 영국(BAE, WFEL), 스웨덴(Kockums), 독일(Cassidian) 등이 대표적이다. 교량의 길이는 각각 52m, 49m, 56m, 46m 다.


당초 국내 방산기업은 2013년 12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진행된 6차례 시험평가에서 결함이 발생했고 결국 교량 설치에 실패했다. 국방기술품질원 등 관련기관도 기술검토위원회를 열고 국내 개발이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


국내 방산기업이 60m 교량 개발에 실패하면서 ROC를 낮춰 '블록(Block)-Ⅰ'의 길이는 44m, '블록(Block)-Ⅱ'는 52m로 개발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차기 전술교량 사업 명칭을 '전술교량-Ⅱ'로 변경해 방산기업이 아닌 교량업체를 선정해 추진할 예정이다. 설계는 유신, 교량 조립체는 청암ENC, 가설 차량은 현대에버다임, 가설빔은 SNT가 맡기로 했다.


문제는 기존에 개발에 실패한 방산기업은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업체는 교량개발을 위해 수백억 원을 투자해 손실을 본 것은 물론 당시 군이 투자한 개발비 192억원마저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무기 개발에 실패했다고 해서 기업이 손실을 봐야 한다면 누가 무기 개발에 나섰겠냐”며 “방산 수출 홍보를 할 때만 정부에서 나설 것이 아니라 무기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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