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기고]미사일에 들어가는 전지는

최종수정 2022.09.26 15:19 기사입력 2021.06.26 10:00



[국방과학연구소]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및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로 대표되는 유도무기의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유도무기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S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hypersonic cruise missile) 등이 있다. 열전지 기술은 높은 성능과 파괴력을 가진 유도무기 작동에 필수적인 전원을 공급하는 핵심기술 분야다.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는 세계 최초로 금속 합금폼을 사용한 리튬음극 기술을 국내 독자 개발해 유도무기의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 열전지란= 유도무기에 탑재되는 전지(battery)는 민수분야에서 사용되지 않는 특수한 열전지(thermal battery)를 사용하고 있다. 미사일과 같은 유도무기는 평시에는 사용할 일이 없고 전시상황이 발생하면 목표성능의 100%를 1~2초 이내에 발휘해야 한다. 유도무기는 보통 10년 이상 장기간 보관되고, 최대 30년까지 보관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민수에서 사용하는 충전식 전지(rechargeable battery)나 건전지는 수개월이 지나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할 경우 성능이 급격히 감소되는 자가방전(self discharge)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민수용 충전식 전지나 건전지는 유도무기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유도무기 특성에 맞도록 개발된 전지가 바로 열전지다. 열전지는 평소 보관 시 전지로써 성능을 나타내지 않게(전해질이 이온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이온 부도체로 존재한다. 유도무기 발사 절차에 따라 전기신호(착화신호)가 회로에 가해지면 내부의 부품이 발화되면서 순간 500도 이상의 열을 발생시켜 전해질이 이온 전도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전지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열에 의해서 전지가 작동되기 때문에 열전지라고 부르고 정식 명칭은 열활성 방식 비축전지 (thermally activated reserve battery)로 불린다.


. 메탈폼을 이용한 열전지 개념도


▲ 500도 온도 견디는 리튬음극= 각국은 특수 목적에 사용되는 열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열전지 기술에는 전기, 재료, 기계 공학기술이 적용되지만 그 중에서 음극기술이 가장 핵심적인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음극은 열전지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근원이 되는 부품이다. 열전지는 그 뿌리가 리튬전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음극에 포함된 리튬에서 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및 전기자동차에 사용되고 있는 리튬전지 방식과 달리 500도의 작동환경에서 180도에서 녹아버리는 리튬을 안정적이면서 많은 양을 저장시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다. 아래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최초의 열전지 음극 기술은 500도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리튬합금(리튬-실리콘 합금(Li-Si alloy))을 사용하는 기술이다(1세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세계 최고 열전지 기업인 프랑스의 ASB사에서 순수리튬에 철 분말을 혼합하여 열전지용 음극으로 사용하는 일명 LAN(lithium anode)을 개발해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이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기술이다.


지금까지도 국내 열전지는 대부분 1세대 기술을 적용하고 있었으며, 고성능을 요하는 유도무기의 열전지는 전량 프랑스 ASB사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과연은 독자적이면서 LAN기술을 뛰어넘는 열전지용 음극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LIMFA (lithium impregnated metal foam anode)’로 알려진 메탈폼이라는 소재에 리튬을 넣어 사용하는 금속 합금폼을 사용한 열전지용 음극 기술이다.


▲ 현존 최고 성능의 열전지용 음극 기술= 성능 면에서 비교하면, 1세대 리튬합금중량당 나타나는 전기적 에너지인 전극의 비에너지(A.s/g)는 약 900~1100 A.s/g 정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성능의 2세대 LAN의 경우 약 1,300~1,500 A.s/g의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과연에서 개발한 금속 합금폼을 사용한 열전지용 음극의 성능은 약 3,009 A.s/g의 성능을 나타낸다. 이 성능은 지금까지 알려진 열전지용 음극 중 최고 성능으로, 세계적인 전지기술 분야 학술지인 Journal of Power Sources에 발표됐으며 관련 기술은 미국 및 일본에 특허출원 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열전지 기술 확보를 위한 계획= 금속 합금폼을 사용한 열전지 음극 기술은 실전 적용 및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이 아직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기술이 완벽하고 안정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기술적 단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도무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중 하나인 신뢰성(reliability)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평가와 평가 중 발생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유도무기용 탑재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음극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 개발 및 전기, 기계공학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열전지의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는 최종적으로 열전지의 전원을 필요로 하는 유도무기에 탑재해 성능검증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과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열전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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