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스칼럼]선거철 북풍보다 중요한 것

최종수정 2024.01.26 08:43 기사입력 2024.01.26 08:24

올해는 50개국 이상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슈퍼 선거의 해’다. 북한의 움직임도 예상된다. 북한은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우리나라 모든 선거에 개입해왔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가리지 않았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파도 컸다. 이른바 ‘북풍(北風)’에 선거판은 요동쳤다. 사건에 따라 보수·진보 진영이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고, 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한항공 KAL 858기 폭파’ 사건이 대표적이다. 1987년 13대 대선은 민주화 열기를 타고 민주 진영이 강세였다. 판세는 뒤집혔다. 대선 전날 김현희 씨가 국내로 압송되면서 노태우 민정당 대선후보가 승리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단일화 무산의 영향도 컸지만, 북풍 이슈도 만만치 않았다. 1992년 14대 대선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전국 조직원 300명 규모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을 발표했다. 이 간첩 사건은 여당인 김영삼 민자당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 1996년 15대 총선은 북풍의 절정이었다.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 무장병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침입해 총격전을 벌였다. 참패가 예상됐던 신한국당은 139석을 차지했고 원내 1당이 됐다. 북풍 덕을 톡톡히 봤다. 1997년 15대 대선때는 이른바 ‘총풍(銃風)’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건도 발생했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당국에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대선 이후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선거철 북풍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이다.


시간이 흘러도 북풍은 여전했다. 북미는 2018년 첫 정상회담을 했다.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진보 진영의 호재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 시도를 장악하며 압승을 거뒀다. 북풍에는 무력도발도 있다. 2012년 말 미국 대선 직후·한국 대선 직전 시기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직후 핵실험을 실시했다. 또 2016년에는 미국 대선 두 달 전에 다시 핵실험을 했다.


북풍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도 경고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상 가짜뉴스나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하거나 선거 시스템 대상 해킹 공격을 통해 국론 분열을 노리는 공격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증명하듯 새해부터 나섰다. 남남갈등을 유도하면서 우리나라의 분열을 노린 협박 선언도 서슴지 않았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들은 북풍에 동요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등 세계 전쟁을 보며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떨까. 북한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북한이 먼저 전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시각이 많다. 북한은 전쟁에 필수적인 식량·연료 등 물자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중국·러시아로부터 지지를 얻기도 힘들다. 명분도 없다. 북한 지도부는 비이성적이지 않고 자기 보존을 위해서만 행동한다. 전쟁은 이런 목적에 어긋난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권은 뭘 해야 하나. 북풍에 놀아나면 안 된다. 맞장구도 치면 안 된다. 북풍보다 민풍(民風)을 더 신경 써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