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미,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주의보… 왜?

최종수정 2020.09.24 09:08 기사입력 2020.09.02 09:2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주의보를 부처 합동으로 발령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공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조달활동에 대한 19장짜리 문건을 내놓으며 주의보를 발령했다.

문건에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부품ㆍ기술 조달에 관여하는 북한의 기관들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회피 수법을 전하면서, 기업이 고의든 실수든 이 제재를 어길경우 처할 벌칙과 거래 금지 품목 등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이 새로운 규제를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이번 주의보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상으로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 북한제재위 전문가패널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하지 않고 있지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계속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고 안보리에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대북제재위원회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해상에서 선박을 통한 석탄이나 석유의 불법환적에서부터 대량파괴무기(WMD) 부품과 관련된 물자들과 금지된 사치품 조달에 이르기까지 대북 제재 위반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는 이러한 사이버 공격은 북한 정찰총국의 지휘 아래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WMD 부품 조달 비용 충당 등을 위해 20억 달러(2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북한은 ICBM 개발을 위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왔다. 북한은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1992년 방북이 저지됐던 러시아 마케예프 설계국 엔지니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었다.


북한은 2016년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특수 실인 아라미드 섬유실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아라미드는 총알도 뚫지 못하고 500℃의 고열에도 타거나 녹지 않는 내열성을 갖춘 고강도 재질 섬유로 방탄조끼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러시아에선 무기 및 군사장비 제작에 이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제품으로 분류돼 대통령령에 의해 수출이 금지돼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그해 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긴급 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주요 부품이 러시아산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국과 손을 잡고 사거리 600㎞의 DF-61 탄도미사일을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중국의 기술을 활용했다. SLBM인 북극성-1형의 외관은 중국의 쥐랑-1과, 북극성-3형도 중국의 쥐랑-2가 비슷한 이유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기술도 있다. 2015년 파산 위기에 몰린 국영 우주로켓업체 유즈마쉬가 유력한 업체다. 2017년에는 '유즈노예'에서 근무했던 한 전문가가 자국 온라인 언론매체 '스트라나'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할 돈이 없다"면서 "그들이 비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접근하는 법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싸게 먹혔을 것"이라며 미사일 기술 유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6월 벨라루스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이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드네프로페트롭스크(드니프로)로 들어와 유즈노예 직원을 포섭해 로켓 관련 기술을 빼내려다 체포된 바 있다.


유즈노예 설계사무소는 옛 소련 시절 최초로 핵 미사일을 개발하고, 뒤이어 1960~70년대 서방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정거리 1만1000km 이상의 전략미사일 R-36M(나토명 SS-18 사탄)을 만든 로켓 분야의 저명 연구소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빼내려 했던 문서도 R-36M과 연관된 첨단 로켓 기술과 우주선, 액체 연료 로켓 엔진, 연료 공급 시스템 등에 관한 논문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2016년 9월과 다음해 3월 북한의 로켓 엔진 연소실험 영상자료 등을 근거로 북한이 획득한 엔진을 과거 러시아가 사용하던 'RD-250' 계열로 추정하고 북한이 이를 개량해 지난 5월과 7월 각각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과 ICBM급 '화성-14형'에 장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유즈마슈 측은 성명을 통해 "우주 사업이든 국방 사업이든 북한의 미사일(로켓) 프로그램과 한 번도 연계된 적이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유즈마슈는 군사용 미사일이나 미사일 복합체를 생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업체는 "유일하게 수출용으로 생산하는 로켓 엔진은 우주개발용 유럽 로켓발사체 베가(Vega)를 위해 이탈리아로 수출되는 RD-843뿐"이라면서 "이 엔진은 추진력 등의 특성상 군사용 탄도미사일에 이용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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