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트럼프대통령의 핵무장 언급 의미는

최종수정 2020.09.24 09:38 기사입력 2020.08.13 10:28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샌프란시스코'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미ㆍ중 갈등 확산으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을 가중하면서 그 일환으로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향후 2개월 간 논의할 주요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인 '휴 휴잇 쇼'에 출연해 사회자가 '중국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일본 한국 대만의 핵무장 또는 극초음속 미사일 역량을 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말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향후 두 달간 우리의 주요 논의 주제"라고 말했다. 답변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 한일 핵무장 문제를 논의주제로 콕 집었다기보다는 중국의 공세에 방점을 둔 발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핵잠수함 추진과 관련한 청와대와 국방부의 움직임을 보면 의미심장한 징후들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발표하고 KBS방송에 출연해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한미 원자력협정은 별개"라고 아예 단정을 했다.


당시만 해도 김 2차장의 발언이 우리의 희망사항을 담아 너무 앞서 나간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우라늄의 군사적 목적 사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사안이고 미국이 이를 허용할 것이라는 조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핵추진 잠수함 사업단장을 지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미국에서 대부분 사오기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한다면 미국의 승인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해 4000t급 잠수함 건조 계획을 내놓았다. 4000t급 잠수함은 사실상 기존 디젤 엔진이 아니라 핵추진 엔진을 탑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국방부 관계자도 당시 이를 설명하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겨 주목을 끌기도 했다. 김 2차장의 발언이나 국방부의 발표가 미국과의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문제가 미ㆍ중 갈등의 일환으로 물밑 협상이 진행됐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한미는 지난달 고체연료 사용제한 지침을 개정한 이후 800km로 제한된 미사일 사거리 연장도 언급했다. 김 2차장은 "사거리 제한 문제도 '인 듀 타임'(적절한 시기에 머지않아란 뜻)에 해결될 것"이라고 확정된 것처럼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사이에 상당한 의견 조정이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시기를 미룬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미사일 사거리 800km는 중부 이남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군사외교전문가들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커진 2000년대에도 제한했던 미사일 사거리를 해제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라는 의미로 풀이했다. 김종대 정의당 한반도평화본부장은 "미사일 사거리까지 연장한다면 앞으로 한국이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로도 내세우겠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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