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se Club]장마 후 목함지뢰 비상… 대책은

최종수정 2020.08.10 06:49 기사입력 2020.08.09 07:00

국내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지뢰탐지기-Ⅱ.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중부지방에 집중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 1km 구간이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북한이 황강댐을 무단방류하면서 북한에 설치된 목함지뢰가 무더기로 떠 내려올 수 있어 군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군사분계선 이남 임진강 최북단의 필승교 수위가 5일 저녁 역대 최고(13.12m)를 기록하는 등 임진강 유역에 홍수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연천ㆍ파주의 '임진강 저지대 위험지역'의 주민 1466명을 지정대피소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북한이 사전통보 없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개방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북측에서 황강댐 방류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군남댐 수량 관리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아쉽게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과거에 그렇게 하도록 남북이 합의했는데 잘 이행이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실된 철책과 황강댐 방류로 인해 떠 내려올 북한의 목함지뢰다. 임진강 강변에서 시작하는 철책은 동해안 고성군 명호리까지 총 길이가 248㎞(155마일)에 달한다. 이중 철책이 유실된 구간은 서부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우 특보가 발효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철책 유실구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2010년 7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쪽 임진강 지류 사미천에서 불법 낚시를 하던 주민 한 모씨(50)가 목함지뢰 2발을 주워 가지고 나오다 이 중 1발이 터져 현장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MDL) 남측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측 및 남측지역의 지뢰지대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곳에는 목함지뢰 외에도 M-14와 M-16 대인지뢰, M-15 대전차지뢰 등이 있으며 지뢰수만 200만개로 추정된다.


특히 목함지뢰의 경우 비금속지뢰이기 때문에 땅속 5~10cm만 묻혀 있어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그동안 군이 보유한 지뢰탐지기(PRS-17K)는 1995년에 도입해 사용연한(8년)이 넘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은 국내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과 계약을 맺고 지뢰탐지기-Ⅱ(사진)를 개발했다. 한화시스템은 올해까지 314억원을 투자해 지뢰탐지기-Ⅱ를 개발하고 1300세트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뢰탐지기-Ⅱ는 땅 밑 30cm 이상까지 탐지할 수 있으며 금속과 비금속 95%이상을 탐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뢰제거를 군 외에 국제기구와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 있다는 캄보디아의 경우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정부 기구를 만들고 국제 비정부기구 5곳과 협력해서 지금까지 100만 개 넘는 지뢰를 제거했다. 타이완은 지난 2015년 진먼도에 있는 지뢰 13만 발을 제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민간단체에서 지뢰를 제거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이 3번 나왔지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했다. 최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하자 주장했지만 군이 이를 거절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투입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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