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무기 잠수함의 내부 생활은[양낙규의 Defence Club]

최종수정 2023.05.05 20:05 기사입력 2023.05.05 07:00

좁은 공간에서 생활해 생활규칙 엄격
물·기름에 튀긴 음식 등 제한사항 많아

해군의 잠수함전력이 대폭 강화됐지만 잠수함 승조원 유출이 좀처럼 줄지 않아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잠수함 승조원 양성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과 턱없이 부족한 수당 탓에 근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3600t급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Batch)-Ⅱ’건조를 시작할 만큼 잠수함의 건조기술은 축적되고 있지만 잠수함 승조원이 이탈이 이어지면서 잠수함 운용 노하우는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잠수함 작전노하우를 막기 위해서는 승조원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712명의 인력을 양성했지만 368명이 이탈해 유출률은 51.6%에 이르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월 잠수함사령부를 찾아 부사관·승조원 등의 근무 실태를 점검하면서 단기복무장려금과 수당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잠수함사 간부들의 처우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해군은 1992년 10월 독일에서 209급(수중 배수량 1200톤) 잠수함 ‘장보고함’을 인수했다. 이후 23년만에 세계에서 6번째 잠수함 사령부도 창설했다. 3000t급 잠수함이 작전 배치됨에 따라 올해는 최초로 여군도 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잠수함 내부생활 여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개선되기도 힘들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잠수함 승조원들의 생활규칙은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만큼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잠수함 승조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물이다. 잠수함의 화장실과 세면대, 샤워기는 모두 청수탱크에서 나오는 맑은 물을 사용한다. 부족하다면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고 맑은 물을 다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잠수함에 물을 담을 수 있는 탱크도 작고 하루에 몇 번씩 바닷물을 정화할 수 없기 때문에 아껴써야 한다. 이 때문에 항해중에 빨래를 금지하고 한 번이라도 덜 씻기 위해 승조원들끼리 수염기르기 대회도 개최한다.


공간도 좁다. 장보고급 잠수함의 경우 승조원 40명이 약 66㎡(20평)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1인당 1.6㎡(0.5평)규모다. 개인침대도 없다. 총 12여개의 침대를 40명에 가까운 승조원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침대 1개당 3명이 쓰는 셈이다.


금지된 음식도 있다. 기름에 튀긴 스테이크와 씨가 있는 과일이다. 스테이크를 기름에 튀긴다면 화재의 위험성은 물론 기름이 연소되면서 나오는 물질이 함내 전자장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쪄서 먹는다. 또 수박 등 씨가 있는 과일은 씨가 바닥에 떨어지면 함내 청결상태가 나빠지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공간에서 냄새를 배출하기 어려워 먹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은 공간과 작전 특성상 근무여건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장병들이 고생하는 만큼 그에 맞는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이탈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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