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포괄적 대화" VS 李 "핵심의제 답안 정해야"…영수회담 난항(종합)

최종수정 2024.04.26 07:42 기사입력 2024.04.25 20:23

홍철호 정무수석 2차 실무회동 브리핑
"3차 회동 민주당서 답변 주기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를 위한 실무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양측의 견해차로 지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제 제한 없이 포괄적인 대화를 하자는 데 방점을 찍은 데 반해 민주당은 핵심 의제에 대해서는 답안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입장 조율에 시일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5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가진 2차 실무회동에 대해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 관련 "오늘 오후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과 2차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회동은 대통령실 홍 정무수석·차순오 정무비서관과 민주당 천 대표 비서실장·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4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홍 수석은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시급한 민생 과제를 비롯해 국정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든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히신 바 있고, 이 대표 또한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마찬가지 입장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형식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말고 국정 전반에 대해 폭넓고 다양한 대화를 해 달라는 국민 여론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이 제안에 대해 천 비서실장은 지도부와의 상의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추후 답변을 주기로 하고 회담은 종료됐다"고 전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를 위한 실무회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이 지난 23일 1차 실무회동에서 이 대표가 총선 당시 공약한 민생회복 지원금(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을 의제에 올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쪽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하신 건 맞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구체적인 제안에 답하기보단 포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드렸다"고 말했다.


또 "예컨대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채상병 특검법이나 이런 몇 가지 의제를 민주당에서 제시한 것에 대해 어떤 것은 수용·불수용·반수용·부분 수용 못 한다"며 "국회법 등에 위반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이 결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며, 이 제안을 부분적으로 제척하기보다는 대통령, 민주당, 국민의힘 등 각자의 역할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나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당의 대국민 사과 요구가 의제에 포함돼 있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제가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은 없는데 민주당 쪽 누군가가 말씀하신 듯하다"며 "그 부분은 이 대표께서도 두 분(대통령·이 대표) 마주 앉으시면 그런 말은 안 하실 거라 생각한다. 확인되지 않은 거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영수회담 날짜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린 의제를 정했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왜냐면 모든 게 열려 있다는 건 우리가 전달한 문건 속에 의제를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아마 협의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첫 만남의 의미가 오히려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좋은 결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3차 회동은 민주당 쪽에서 답변을 주기로 했으니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영수회담 의제를 설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은 결과를 만들어놓고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하나씩 나누지 말고 두 분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여야, 대통령실에서 할 일이 나온다면 정책적으로든 후속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영수회담을 보더라도 구체적인 사안별로 접근하고 회의한 영수회담 사례는 없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이 25일 국회에서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은 2차 실무회동에서 1차 회동 시 전달한 요구사항에 대한 대통령실의 구체적 입장을 듣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천 실장은 "우리가 제안한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 제시하지 않았다"며 "의제를 검토한 결과를 알려주고 나서 회담을 진행하면 성과가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수용하지 못하는 의제는 양보할 의향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총선의 엄혹한 민심은 민생을 살리고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용 있는 회담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영수회담을 앞두고 2번의 실무회동에서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실무 회동 결과를 놓고 지도부 논의를 거쳐 향후 대응 방침을 정한 뒤 대통령실에 당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