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북제재 기구 추진…北 "불법 모략기구 조작"

최종수정 2024.05.09 09:21 기사입력 2024.05.09 09:21

러시아 반대로 안보리 '대북제재 패널' 무산
한미일 중심으로 새로운 제재 감시기구 추진
北, 보름 동안 세 차례 반발…"날강도 행태"

북한이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 기구가 추진되는 데 대해 보름 동안 세 차례나 반발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에 의해 지난 15년간 제재 이행을 감시해온 '전문가 패널'이 무산됐지만, 한미일 주도로 새로운 기구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전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참담한 실패를 당하고도 자아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이 저들이 주도하는 또 다른 제재 감시기구를 조작해 보려는 미국의 행위야말로 자기를 국제법 위에 선 초국가적 존재로 여기는 유아독존의 전형적 실례"라고 강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2주년을 맞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미국의 날강도적 행태가 묵인·조장된다면 임의의 나라를 겨냥하여 불법 모략기구를 조작하고 일방적 제재를 부과하는 잘못된 국제적 관례가 관습화될 것"이라며 "불법적인 제재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는 미국의 전횡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5일 김은철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명의 담화, 이달 5일 김성 주유엔대사 성명 등을 통해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 기구 추진을 비난했다. 김성 대사는 당시 성명에서 "앞으로 적대세력들이 제2, 제3의 전문가 그루빠를 조작한다고 하여도 그것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체 사멸되는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15년간 제재 이행 실태를 감시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러시아에 의해 무산됐다. 올해 3월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 채택이 시도됐지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에 따라 창설됐다.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각종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한 뒤 연 2회 보고서로 펴냈다. 그러나 창설 15년 만에 활동이 중단되면서, 국제사회 차원에서 대북제재의 효과적 이행을 감시할 수단을 잃게 됐다. 러시아는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거나 대량의 정제유를 공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미일 등 50개국을 대표해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종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재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유엔 회원국 50개국은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추진하고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안보리가 아닌) 유엔 총회 내에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 조직을 만들거나, 유엔 밖에서 국가별 협의체 형식으로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불법적 행위에 눈감아주는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을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감시 기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50개국 대표로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분석에 계속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제재 결의는 여전히 유효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의 대북제재 준수 의무에도 변함이 없다"며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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