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외식에 10만원 '순삭'이니…빨간 날 많은 가정의 달 공포

최종수정 2024.05.09 06:02 기사입력 2024.05.08 16:58

지난해 가족외식 가구 79.3%…2019년 대비 8.4%P↓
월평균 가족외식비 13.7만원…전년比 1.5만원 늘어
외식물가 35개월째 소비자물가 웃돌아

#지난해 가을 결혼한 직장인 이용진 씨(36)는 요즘 가정의 달이 두렵다는 주변 지인들의 말을 뼛속까지 체감하고 있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어버이날인 만큼 양가 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하고 용돈까지 챙겨드리려고 계획하다 보니 지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5월이면 힘들다는 이야기가 작년까진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결혼을 하니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며 "그나마 아직 자녀가 없어 어린이날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는데 주변에 아이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말했다.


5월 가정의 달이 고물가와 얇아진 지갑 탓에 외식을 줄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3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평소 가족 단위로 외식을 한다고 답한 가구의 비중은 79.3%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인 2022년(79.1%)과 비교해 0.2%포인트 증가한 수치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7.7%와 비교하면 8.4%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가족들과 외식하는 비중은 대체로 가구원이 많을수록, 가구주 연령이 낮을수록,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원 수가 5인 이상인 경우 가족 외식을 하는 비중이 90.2%로 가장 높았고, 2~4인 가구는 84.2~87.7%로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아울러 가구주 연령이 30대 이하, 40대인 경우의 외식 비중은 각각 86.7%와 87.9%로 높았던 반면 70대인 경우는 56.9%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가구 구성원과 외식하는 비중이 40.0%로 가장 낮았고, 400만~600만원대 이상인 가구는 각각 83.8%, 86.1%, 91.1%로 외식 비중이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가족 외식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54.7%)’가 가장 많고, ‘식사 준비가 귀찮아서(18.1%)’, ‘특별한 날이어서(13.4%)’, ‘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12.1%)’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평소 가족 단위 외식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나가기 싫어서(귀찮거나 불안해서)’라는 답변이 28.9%로 가장 많았고, ‘가격이 비싸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26.3%로 뒤를 따랐다. 이밖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14.9%)’, ‘시간이 없어서/안 맞아서(12.6%)’, ‘맛이 없어서(11.4%)’, ‘사람이 붐벼서(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외식비용은 매년 상승 추세를 보이며 가족 외식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외식을 한다고 응답한 가구들의 지난해 한 달 평균 가족 외식비용은 13만7300원으로 전년(12만2700원) 대비 1만5000원가량 증가했고, 2021년(11만400원)과 비교해선 2만6900원이 늘어나 2년 새 2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10만 원 이상’ 지출한다는 응답 비중이 70.8%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고, ‘5만∼10만원 미만(20.9%)’, ‘3만∼5만원 미만(6.0%)’ 순이었다. 가족 외식 시 1회 기준으로도 회당 평균 약 4만9700원을 외식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2022년 4만5200원에 비해 약 10% 증가했다.


외식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2.9%를 웃돌았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넘어서는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메뉴별로는 떡볶이가 전년 동기 대비 5.9%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고, 김밥(5.3%), 비빔밥(5.3%), 햄버거(5.0%)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오리고기(4.0%)와 돼지갈비(3.1%) 등 대표적인 가족 외식 메뉴들도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한편 가족 외식시 선호하는 외식장소로는 일반적으로 ‘고깃집’이라고 부르는 ‘한식 육류요리 전문점(32.5%)’과 ‘한식 음식점(31.5%)’이 압도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어서 ‘일식당(9.2%)’과 ‘중식당(6.3%)’, ‘분식점 및 김밥전문점(4.7%)’, ‘피자·햄버거 전문점(4.6%)’, ‘양식당(4.4%)’, ‘치킨 전문점(4.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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