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자였다" 고백에도 이뤘던 사랑…中 최초 트랜스젠더, 전 남편과 재혼

최종수정 2024.05.08 14:55 기사입력 2024.05.08 14:17

비행기에서 첫 눈에 반한 남성
어쩔 수 없는 이유로 1년만 이혼
18년만에 재혼했다고 공식 발표해

18년 전 입양 문제로 강제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 최초 트랜스젠더가 전남편과 재혼했다.


"당신 앞에 있는 여자는 어떤 남자에게나 큰 도전"…처음부터 모든 걸 받아들였던 사랑
중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무용수이자 연예인인 진싱의 수술 전과 후의 모습. [이미지출처=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출신의 진싱(56)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8년 전 이혼했던 독일인 전 남편과 재혼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전했다. 이들은 2006년에 이혼해 18년 만에 재결합 소식을 알렸다.


진씨는 웨이보 팔로워가 1400만명에 달하는 유명 트랜스젠더 무용수이자 연예인이다. 그는 1995년 4월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아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최초 트랜스젠더가 됐다. 그의 수술 과정은 영화로도 개봉됐다. 무용수였던 그는 수술 중 간호사의 실수로 의료 장비가 왼쪽 다리를 16시간 동안 눌러 마비가 생기기도 했다. 이후 1년 만에 재활에 성공하면서 무대에 트렌스젠더 여성으로 등장하는 등 그의 의지력을 보여준 일화도 있다.


2004년 2월 진씨는 파리에서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독일인 하인츠 게르트 오이드만이라는 남성을 만났다. 오이드만은 진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진씨는 그에게 자신이 남자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진씨는 "두 아들과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진씨는 오이드만과의 관계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다음날 밤 오이드만은 진씨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05년 결혼했고, 오이드만은 진씨와 함께하기 위해 중국으로 이주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이혼…공동양육 계속해오며 2018년 이탈리아서 비밀리에 재혼

그러나 이들은 결혼 1년 만에 이혼했다. 자녀의 호적 문제를 해결하고 큰아들의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외국인인 오이드만은 국제 입양 자격을 얻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공동 양육을 계속했다. 2018년에는 이탈리아에서 비밀리에 재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진씨는 오이드만의 생일인 지난달 11일 웨이보를 통해 공식적으로 재혼을 발표했다. 진씨는 SNS에 "2006년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혼했지만, 18년 만에 같은 남자와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린다"며 "사랑과 책임감의 여정을 지켜봤다"라고 이야기했다. 진씨는 재혼을 알리는 시간으로 13시 14분을 선택했는데, 이는 중국어로 '영원무궁'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를 본 현지 누리꾼들은 "진정한 사랑은 절대 늦지 않는다", "진은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완벽한 사랑, 원하는 성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을 다 가졌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씨는 2015년 ‘진싱쇼’ 라는 토크쇼를 진행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 ‘중국 현대무용의 선구자’로도 칭송받고 있다. 그는 9살 때 선양 가무 앙상블에서 엄격한 댄스 훈련을 시작했으며, 1990년대 미국에서 현대무용을 배워 혁신적인 댄스 스타일과 콘셉트로 중국에 돌아왔다. 진씨는 중국 공연 예술 부문에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상인 Wenhua Award를 포함하여 중국 최고의 무용상을 다수 수상한 이력이 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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