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기업 경기 침체에 지방은행 ‘빨간불’

최종수정 2024.05.08 09:45 기사입력 2024.05.08 09:45

손실 대비 충당금 많이 쌓아 실적 감소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고정이하여신도 나빠져
부실채권 상·매각 늘렸지만 역부족
"중소기업·부동산 대출 많은 특성 때문"

올해 1분기 지방은행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건전성 관련 지표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대체로 하락했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 관련 대출이 많은 지방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금융지주(BNK·DGB·{$_001|JB금융지주_$}) 계열사 5개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4698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4779억원에 비해 1.7%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부산은행(-13%)이다. 뒤이어 대구은행(-6.5%)이며, 나머지 은행(경남 19%·전북 8%·광주 0.4%)은 개선됐다.


5대 지방은행 모두 충당금을 많이 쌓은 것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분기 2132억원이던 이들의 충당금전입액은 올해 1분기 2748억원으로 29% 증가했다. 특히 부산·대구은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44% 증가한 714억·982억원이다. 이는 향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등에 대비해 미리 돈을 쌓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중 {$_001|BNK금융지주_$} 부사장은 “이달 정부에서 PF 관련 재평가 등을 진행할 것인데 이에 따라 충당금 규모 등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1분기 충당금이 현재 1658억원(BNK금융지주 전체)인데 연체율 증가 등을 고려해 올해 7000억 원 수준까지 적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전성 지표는 5개 은행 모두 나빠졌다. 대표적인 관련 수치는 고정이하여신 잔액·비율 및 연체율인데 모두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악화했다. 대출채권은 건전성을 기준으로 크게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한다. 이 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합해 고정이하여신으로 부른다. 5대 지방은행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조163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8652억원)에 비해 34.5% 증가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광주은행(54%)으로, 842억원에서 1295억원으로 늘었다. 뒤이어 부산은행이 1753억원에서 2689억원으로 증가해 53%의 증가율을 보였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44~0.95%로 지난해 동기 대비 0.09~0.16%포인트 상승했다. 광주은행이 0.38%에서 0.54%로 0.16%포인트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연체율은 0.33~1.19%에서 0.45~1.56%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0.37%포인트 상승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올해 1분기 연체율은 0.25~0.43%다.


부실채권이 많아지자 이를 장부에서 지우는 상각과 자산유동화회사에 파는 매각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335억원이었던 5대 지방은행 상각·매각 부실채권 금액이 3763억원으로 61% 증가했다. 특히 부산·경남은행은 고정이하여신 관련 매각(678억·600억원)을 지난해(273억·313억원)보다 각각 148%·92% 많이 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 관련 대출이 많은 지방은행 특성이 반영됐다. 특히 불황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중소기업 많고 지방 부동산 경기가 악화된 것이 실적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5대 지방은행 합산 기업대출(122조9425억원) 중 중소기업 대출(111조4637억원) 비중은 91%에 달한다. 권 부사장은 “개인사업자나 소규모 법인 등 기업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BNK금융지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말했다.


경기 침체와 연결된 부동산 대출 비중도 높다. 5대 은행 부동산(건설업 포함) 대출 비중은 전체 원화대출의 약 22%다. 대구은행의 경우 대구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20년 4분기 280호에 불과하던 대구 지역 미분양 아파트 수가 2022년 4분기 1만3445호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4분기 1만245호에 머물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업 연체가 증가해도 담보물을 낀 대출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_001|DGB금융지주_$} 관계자의 경우 지역 부동산 경기에 대해 “대구지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였던 미분양 증가는 고점을 찍고 안정화 중”이라며 “대구시에서 추가 공급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1~2년이 지나 미분양 상황이 해소된다면 부동산 경기 우려는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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