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열전⑤]사흘이면 내연기관트럭이 전기차로…제이엠웨이브

최종수정 2024.05.08 14:26 기사입력 2024.05.08 07:20

리파워 전문기업 제이엠웨이브 박정민 대표 인터뷰
차체 재활용 통해 탄소배출 더 줄여

3일이면 내연기관 1t 화물차가 전기차로 바뀐다. 2017년 설립된 제이엠웨이브의 '리파워(repower)' 기술을 통해서다. 리파워는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기술을 의미한다. 제이엠웨이브는 지난해 시험 안전성 확인 검사를 거쳐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받았다. 환경부에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확보했다. 가장 큰 특징은 신속한 개조다.



박정민 제이엠웨이브 대표가 내연기관 트럭을 전기차로 바꾸는 제이엠웨이브의 핵심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8일 박정민 제이엠웨이브 대표는 “입고 후 차량 검수, 내연기관 분리, 전동화 부품 장착을 거쳐 출고까지 단 3일이면 된다”며 “수백 개 이상의 부품을 모듈 단위로 축약해서 세트처럼 한곳에 넣어뒀다가 조립만 하면 고정이 되는 시스템을 오랜 시간 구축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데는 관련 기술이 있어도 적어도 2주에서 1개월 이상까지 소요된다. 이를 개조 후 자동차 검사소로 가져가 검사를 실시하는 행정적 절차까지 포함해서 사흘로 줄인 것은 1t 트럭 운전자는 생계형이 많아 오래 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박 대표는 “웬만하면 ‘다 살린다’라는 생각으로 핸들,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페달 등 이런 것들을 다 살려서 쓴다”고 설명했다.


차체 재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량이 전기차 신차 생산 및 운용 대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내연기관 차량 차체와 섀시를 재사용하는 제이엠웨이브의 리파워링 키트 생산은 내연기관 차량 전과정평가(LCA) 대비 53%, 전기차 신차 생산 대비 19% 탄소 배출량이 낮다”며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인지 관계부처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로 탈바꿈한 차량은 거리 카운팅이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2017년에 만들어져 20만㎞ 넘게 탄 내연기관 차량이더라도 뼈대 보강 등을 거쳐 전기차로 개조된다면 신차처럼 거리 기록이 0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개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차체가 멀쩡하다’는 조건이 깔린 데다 안정성 평가를 다 통과했으니 신차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정민 제이엠웨이브 대표가 내연기관 트럭을 전기차로 바꾸는 제이엠웨이브의 핵심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이엠웨이브는 모빌리티만큼 즉각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이 이뤄지는 분야가 없다고 분석한다. 박 대표는 “철강 같은 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가 쉽지 않고 반도체 등도 의무로 줄이고자 해도 산업 전반에 이뤄지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탄소를 줄일 수 없는 입장”이라며 “어딘가에서 빨리 개선할 수 있다면 해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모빌리티”라고 말했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순간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이 될 수 있어서다. 가장 노리고 있는 곳도 라스트마일 영업용 트럭 분야다. 물류 배송 시 대형 창고에서 지역 창고까지 운반하는 것을 미들마일, 지역 창고에서 집까지 가는 것을 라스트마일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라스트마일 전용 택배 차량은 전국에 15만 대 이상으로 트럭 중 가장 큰 시장”이라며 “지난 4월 인증을 마쳤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합법 인정을 받고 여러 곳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는 데만 30개월이 걸렸다. 신산업이다 보니 관련 법규가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하나 규제를 풀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작은 기업이 정말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지 의심하는 경우도 많았다. 박 대표는 “다들 시도 못하고 있던 시장을 쇄빙선처럼 규제를 깨면서 가는 거고 후발주자들이 들어오면 산업 파이가 커져서 좋을 것”이라며 “탄소를 줄이겠다는 입장에서 보면 기후테크끼리 뭉쳐야지 경쟁이라면서 싸울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전 세계 탄소중립을 위해 개발도상국에 기부 및 기술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의 연계도 준비하고 있다.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상대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구매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에 전기차 개조 기술이 들어가면 탄소 배출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줄일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저희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면 가서 지원할 거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면 크레디트를 팔아서 그 나라에 다시 환원하는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량에서 전기차로 개조하는 과정 [사진 제공=제이엠웨이브]


편집자주‘탄소전(戰)’이 시작됐다. 멀리는 2050년까지 이뤄내야 하는 탄소중립을, 가까이는 당장 EU 수출 필수요건인 탄소국경조정제(CBAM) 대응을 위한 기술혁신의 전장에 우리 경제가 내던져졌다. 현재 상용화한 기술로 감축 가능한 탄소 배출량은 2050년 글로벌 예상 배출량의 절반 미만이다. 빠르고 과감한 기후테크 혁신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