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샛별]⑤박충권 "착했던 친구들이 스파이...북한 체제 본질 깨닫고 탈북"

최종수정 2024.05.07 13:18 기사입력 2024.05.07 09:52

"김정일 사회주의 찬양 논문, 현실과 달라"
무기 개발 종사자 자녀한테 정보수집 탈북
"이공계도 계층 상승 가능한 사회 만들 것"

박충권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이 3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충권 국민의힘 당선인은 탈북민 출신으론 4번째로 국회에 입성한다. 박 당선인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북한 체제의 본질을 깨닫고 탈북을 결심했다. 한국에 온 이후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현대제철에서 자동차 소재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고 의대가 아닌 이공계에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등골이 오싹"


박 당선인은 평양 국방종합대학 화학재료공학과 3학년에 재학할 때 학생 간부가 되면서 북한 체제를 이해했다. 대학교에 파견 나온 보위부 지도원을 만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박 당선인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정원 직원이 학교에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며 "박충권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아서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이랑은 척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주 술도 마시고 친해졌다"며 "스파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너무 착하고 순하고 조용한 친구들이었다"고 말했다. 순진한 학생인 줄 알았던 친구들이 서로를 감시하며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었다.


박 당선인이 결정적으로 탈북을 결심하게 된 건 김정일의 '노작'이란 논문을 읽고 나서다. 박 당선인은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논문인데 내가 보기엔 외부에서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 다 맞았다"며 "김정일이 그 비판에 대해 사회주의가 진리라고 반박을 하는 내용인데, 그 반박이 하나도 안 맞았다"고 말했다. 논문이 이상한 건지, 자신이 이상한 것인지 의심하던 그는 체제에서 가르치는 것과 북한 주민의 삶이 너무 다르고 비참하다는 것을 깨닫고 탈북을 결심한다.


박 당선인이 북한에서 ICBM 개발에 참여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박 당선인은 자신을 "무기 개발자가 아닌 전공자 또는 종사자"라고 소개했다. 박 당선인은 탈북 후 한국에 북한 무기 개발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주변인들로부터 무기 개발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내가 다니던 대학교 바로 옆에 국방과학원 본원이 있었고 또 조금 떨어진 곳에 제2 경제위원회가 있었다"며 "종사자들의 자녀들이 그 대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자녀들 안에 무기 개발 정보들이 다 있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들킬까 봐 메모도 하지 않고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넣어 탈북했다고 전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이 3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가 탈북 후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건 북한의 노동신문에서 "남조선 최고의 서울대학교에서 김정일 장군님을 찬양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다. 발전한 대한민국 세상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 공부를 이어서 하는 것이었고 이왕이면 최고의 대학교에서 공부하자는 마음이었다. 박 당선인은 원래 수능을 준비해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돈을 벌고 싶었다. 그는 "생활고에 알바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심정으로 수능을 준비하던 중 서울대 재료과 교수로부터 인턴십을 제안받았다"며 "월 140만원에 형들 연구 좀 도와주고 수능 준비도 계속할 수 있단 말에 이거 완전 땡큐다 싶어서 바로 갔다"고 말했다.


"삼성에는 아마 내 이력서가 굉장히 많이 남아있을 것"


박 당선인은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전 삼성, LG 등 유수 대기업 면접을 많이 봤지만, 다 떨어졌다. 그는 "탈북민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며 "내가 인사권자라고 해도 모르는 유형의 사람을 뽑으려고 하겠나. 탈북민을 뽑아 놨는데 조직에 어울리지 못하고 괜히 짐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도 무선,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등에 다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며 "삼성에는 아마 내 이력서가 굉장히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박 당선인을 받아준 건 현대제철이었다. 박 당선인이 한국에서 취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때 현대제철이 서울대에 리크루팅을 나와 있었고, 그는 우연히 서울대 재료과 출신 현대제철 상무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박 당선인은 "재료과 후배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다가 나를 좋게 봤는지 회사에 구경 한번 오라고 했다"며 "당진에 와서 보고 마음에 들면 같이 일해보자고 했던 그 말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분 밑에서 일한다면 참 보람되겠다 싶어서 바로 결심했다"며 "탈북민에 대한 어떤 편견도 없이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박 당선인의 시대적 소명은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는 "의사는 생애 소득 추정이 20세에서 65세까지 80억원 정도인데, 정부출연연구기관 박사, 삼성전자 박사는 39억원 정도"라며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계층 상승이 가능한 유일한 진로가 의대로 인식되는 것을 한번 깨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공계도 경제적 계층 상승이 가능한 직업군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것이 우리나라의 부국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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