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물가, 가장 안타까운 문제" MB 회고도 반복할텐가

최종수정 2024.05.07 15:53 기사입력 2024.05.07 12:16


윤석열 정부가 ‘물가와 전쟁 시즌 2’에 나섰다. 2022년 5월10일 취임 당시 6%를 넘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도입한 ‘물가관리제’가 시즌1이었다면 2년 만에 재구성된 시즌2는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에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도 설치했다. 민생물가 TF에서 민생과 관련 품목의 수급과 저장, 유통 구조 등을 개선해 물가를 2%대로 안착시키겠다는 게 시즌 2의 핵심 구상이다.


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구조개혁이라는 거대담론을 내세웠지만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꼭 13년 전이다. 2011년 7월1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 물가전담 TF를 구성하고 김대기 경제수석에게 "지금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기초관리체계부터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이른바 ‘MB물가’로 불리는 52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특별관리하며 품목별 책임관제를 시행한 바 있다. 윤 정부가 치르고 있는 물가와 전쟁 시즌 1·2의 원작이었던 셈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윤 정부엔 사람도, 정책도 MB정부를 그대로 따라간다며 ‘MB 정부 시즌2’란 꼬리표가 달렸으니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통계가 집계된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래서일까. 그럴싸한 간판을 단 민생물가TF가 막 가동됐지만 별다른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 원작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MB정부 5년간 밥상물가의 대표격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30% 이상 폭등했다.


한번 실패한 정책을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해 돌려선 답이 없다. 이제는 이런 정책을 하겠다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문제의 본질과 맞설 때다. MB정부 때도 그랬고 윤 정부도 지목한 물가 급등의 원인인 유통구조 개혁의 ‘실행’이 본질이다.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생산자, 산지 공판장, 도매시장, 대형 유통업체, 소매업체를 거쳐 소비자에 이른다. 단계별로 마진이 붙다 보니 지금 같은 금사과 파동이 생기면 중간 상인들의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며 가격이 널뛴다. 이럴 때는 유통 과정별 벌금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이 아닌 오프라인 경매 중심인 도매 시장 구조 자체를 확 뜯어고쳐 유통 단계 자체를 줄여야 한다. 지난해 10월 첫발을 뗀 전국 단위의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기존 오프라인 도매상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상수가 된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에 대비해 스마트팜 활성화와 같은 선진 기법 도입과 품목별 세밀한 생산 및 재고 관리, 수입 품목 재정리 등의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이는 할인 지원금처럼 물가를 단번에 잡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며 다음 정부로 공이 넘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재정을 동원해 반짝 가격을 낮추는 대책을 반복하는 건 앞에서 생색내고 뒤에서 뒤통수치는 격이 될 수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 지표는 안정될 수 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체감 경기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자극할 수 있어서다.


물가와의 전쟁을 지독하게 치렀던 이 전 대통령은 저서 ‘대통령의 시간’에 "(물가가) 임기 중 내가 가장 안타깝게 여겼던 문제 중의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윤 대통령이 이마저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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