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시진핑 5년만 유럽순방 미션은 '구출'

최종수정 2024.05.07 13:21 기사입력 2024.05.07 11:20

中, EU 관계 악화 막고 美대선 주시해야

민신 페이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 정부학 교수 [사진제공=블룸버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5일(현지시간)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EU의 지정학적 입장이 달라졌다는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는 개선식이었을 수 있었던 순방이 지금은 구조 작업으로 변했다.


2020년 12월까지만 해도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EU와 투자 협정을 체결해 유럽의 전략적 중립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EU 간 협정 체결은 미국에는 뺨을 때리는 것으로, 중국에는 엄청난 활력소로 여겨졌다.


이제 중국과 유럽 간 '상생(win-win)'하는 협력 관계에 대한 소망은 요원하다. 유럽 의회가 중국 신장 지역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중국 관리들을 제재한 후 중국의 무분별한 보복으로 EU와 중국 간 투자 협정은 보류됐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유럽은 중국을 푸틴 대통령의 조력자로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이 급증하면서 중국이 러시아의 경제와 전쟁을 지원해왔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긴장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EU는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 자동차 등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해 일련의 조사에 착수했다.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또 유럽 수사관들이 유럽에서 공항 보안 장비를 판매하는 중국 국영 기업의 사무실을 급습했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여러 명이 체포됐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중국이 유럽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 양측 모두 근본적으로 적대 관계를 피할만한 강력한 동기 부여가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최소한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더 높은 층위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평가의 바탕에는 유럽이 여전히 중국 문제에 있어서 전략적 중립과 미국의 대중 전략에 전적으로 따르는 방법 사이에서 중간 경로를 찾기를 바란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중국의 관점에서 유럽은 미국보다 중국과의 신냉전에 대한 의지가 훨씬 약하다. 미국을 위해 중국을 불필요하게 적대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 간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2022년 기준 유럽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27%에 불과하다. 때문에 (미국에 있어서) 중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심각한 선택지가 아니다.


중국은 EU의 양대 핵심 회원국인 독일·프랑스 정상과 다른 EU 국가 정상들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 차이에 고무돼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번 EU 순방에서 첫 순서이자 가장 중요한 상대가 될 것이다.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요구를 했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보다 중국에 훨씬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둘 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대한 위험 회피를 고려하고 있다.


새로운 EU의 전략은 이전보다 더 매파(강경파)적인 무역 정책, 기술에 대한 더 엄격한 통제, 더 가혹한 외교 수사,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응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조치를 수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할 경우와 비교하면 그렇지 않다. (EU의) 모든 전략은 백악관에서 나오는 어떤 정책보다도 대립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유럽 간 관계에서 이러한 '뉴노멀'은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중국은 분명히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관계를 안정시키려면 고통스러운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유럽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 필수적인 이중 용도 물품(dual-use goods·민간 및 군용 목적을 모두 가진 물품)을 계속 제공한다면,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 주석의 노력은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말 베이징을 방문할 때 중국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강력한 확인은 시 주석이 이번 순방에서 어떤 확언을 하든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시 주석은 러시아를 중국의 편으로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시 주석은 유럽과 러시아가 중국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약속을 모호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


무역은 다루기 쉬운 문제다. 중국이 여전히 중국 시장에 접근하고자 하는 유럽 수출업자들에게 양보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첨단 제조업은 중국 경제가 고전하는 와중에 몇 안 되는 유명한 분야 중 하나다. 시 주석은 EU 국가들이 (관세에 대한) 생각을 바꿀 만큼 수출을 제한하지 않을 것 같다.


시 주석이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올해 (유럽과의) 관계 악화를 늦추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경우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시 주석은 자신의 시야와 약속을 그것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민신 페이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 정부학 교수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Xi’s European Tour Is a Salvage Missi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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