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마트 진열대에 올라간 '필리핀산 바나나'…농민들 뿔났다

최종수정 2024.05.07 00:53 기사입력 2024.05.07 00:53

전남 영광 하나로마트 수수료 매장 바나나 판매

인근 다른 하나로마트선 수입산 흰다리 새우도

마트 관계자 "타 마트와 판매 경쟁에 불가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으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입 농산물로부터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농협에서 아직도 버젓이 수입산을 판매하면서 논란이다.


지난달 25~26일 전남 영광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매장 한쪽에 바나나 등 수입 과일을 판매하면서 조합원과 농가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농협은 국내산 제품의 직거래를 통해 농민 등 조합원에게 이윤을 보장하고 지역민에게는 보다 값싼 가격으로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입산을 판매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전남 광양지역 회원농협에서 판매한 필리핀산 수입 바나나.[사진제공=영광군농민회]

특히 지난 2017년 농협중앙회는 하나로마트에서의 수입 농산물 취급으로 인해 농협의 이미지 및 공신력 실추와 정체성이 크게 훼손된다며 수입 농산물 취급 금지를 지켜달라는 당부도 있었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바나나 등을 판매하는 매장은 인근 다른 마트와 경쟁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익성을 높인다며 수수료 매장으로 전환했다.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8%다.


해당 점장은 "주부들이 많이 찾는 데 인근 마트와 판매 경쟁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면서 "국내산은 비싸서 외면받고 지난해만 해도 4000~5000여만 원의 경상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수입산을 농협에서 판매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 개인이 운영한 수수료 매장이라고 둘러댈 꼼수를 부렸다"고 꼬집었다.


이 조합은 3~4년 전에도 수입산 아보카도, 칠레산 포도 등을 팔다가 조합원들에게 적발돼 '수입산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근 주민은 "일반 마트나 과일 가게서 여러 수입 과일을 손쉽게 살 수 있다"며 "신토불이 농협이 굳이 나서 왜 수입 과일을 판매하나, 도대체 어떻게 된 셈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조합원과 지역 농민회 등은 해당 조합장에게 7일까지 '수입산 과일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또 다른 영광읍 내 하나로마트 수산물 매장에서도 에콰도르산 흰다리새우 등 수입산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스승의날 카네이션도 수입산으로 일색이었다.


해당 점장에게 수입 수산물 취급 경위를 묻자 "수입 수산물은 없다"며 "다시 통화하자"고 즉답을 피했다.


6일 영광농협 하나로마트 수산물 매장. 새우 등이 에콰도르 수입산이다.[사진=김건완 기자 yacht@]

영광 지역 회원 조합 등에서 취급한 수입 과일은 지금까지 바나나, 파인애플, 체리, 오렌지, 망고, 키위 등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전남 광양 지역 회원 조합들도 수입 과일을 취급했으며, 이를 항의한 농민회원을 업무방해로 고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영광군농민회·여성농민회는 이날 오전 11시 농협 영광군지부 앞에서 '수입농산물 판매 농협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농민단체는 회견문을 통해 "영광 지역만이 아니라 전남, 나아가 전국의 농협이 수입농산물 판매를 중단할 때까지 연대·투쟁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호남취재본부 김건완 기자 yach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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