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역대 가장 긴 키스?…궁극의 첫사랑 표현"

최종수정 2024.05.06 16:55 기사입력 2024.05.06 16:55

영국 발레 안무가 '매튜 본' 서면 인터뷰
'로미오와 줄리엣' LG아트센터에서 공연
"관객들 첫사랑의 감정·흥분 떠올렸으면"

오는 8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장면으로 유명하다. 남녀 주인공은 발코니 파드되(2인무) 장면에서 1분가량 입을 맞춘다.


작품을 연출한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은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는 매우 강렬해서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긴 키스 장면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본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린 두 남녀의 궁극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이라며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장면이 포함된 발코니 파드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매튜 본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본은 1987년 댄스 컴퍼니 '어드벤처스 인 모션 픽처스(AMP·Adventures in Motion Pictures)를 공동 설립해 본격적인 안무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32년이나 지난 2019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영국 런던에서 초연했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 작업을 상당히 오랫동안 미뤘다"며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페라, 발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미 많이 다뤄진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차별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는데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고 본은 설명했다. 젊은 무용수와 창작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린 두 남녀의 궁극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만들기로 결정했고 이는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첫사랑은 때로 어색하고, 새로 알게 된 흥분으로 가득하다. 그 젊은 감정과 흥분을 포착해 관객들이 청소년 시절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서로에게서 한순간도 손을 떼지 못하고 끝없이 서로를 더듬으며 첫 키스로 나아가는 것이다. 볼이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는 흔한 방식보다는 도전적인 안무를 선보이고 싶었고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을 만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둘 모두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순간, 관객들 모두가 간직한 그런 청춘의 추억을 포착하고 싶었다."


본은 "키스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진정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첫 순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본의 작품은 기존의 이야기를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전 발레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를 재해석한 것이 대표적이다. 백조의 호수는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군무로 유명하지만 본이 1995년 초연한 동명의 작품에서는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군무를 춰 화제를 모았다. 본이 안무한 백조의 호수는 발레리노가 꿈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 삽입되기도 했다. 백조의 호수는 국내에서 2003년 첫선을 보인 뒤 2005, 2007, 2010, 2019년까지 다섯 차례 공연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장면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c)Johan Persson]

본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눈에 반하는 장소는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베로나 인스티튜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인 벽에 갇힌 채 경비원들의 통제를 받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른들에 의해 베로나 인스티튜트에 갇혔지만 경비원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


본은 "베로나 인스티튜트가 청소년들이 감금된 듯 보이는 상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갇힌 이유가 사회가 장려하는 가치에 순응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며 이곳이 소년원일지, 학교나 감옥, 병원일지 아니면 모종의 잔혹한 사회 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곳일 지 그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본은 자신이 파격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이유가 대본이 없는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는 남아있지만 셰익스피어의 대사들은 이미 사라진 것과 같다. 이 사실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더 과감하게 변화시키도록 자신감을 준다."


안무가인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본은 자신에게는 음악이 대본과 같다고 했다.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음악을 남겼고 본은 이를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안무를 완성했다. 그는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 음악에 대해 "현대적인 영화 음악처럼 느껴지며, 많은 부분에서 환상적인 댄스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본의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되는 것은 2019년 백조의 호수 이후 5년 만이다. 본은 "한국의 관객들에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본은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을 9회 받아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현대 무용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5월 영국 황태자(Price of Wales)로부터 현대무용계 인물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Knighthood)를 받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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