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기자의 Defense Club 로고

많은 한국 여성이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의 분쟁을 ‘가부장적인 직장에 맞서는 젊은 여성’이라는 구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K팝 가부장제와 싸우는 스타 프로듀서, 한국 여성의 관심을 사로잡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전했다.

FT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의 감사부터 민 대표의 반격,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와 창작 독립성·자율성 논란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또한 “민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말단 직원에서 이사까지 올랐고 하이브에서는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거쳐 산하 레이블 대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진스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하는 등 성공했으나 그 이면에서 하이브와 관계는 악화했다고 사건을 요약했다.

FT는 민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비속어를 섞어가며 하이브 경영진을 비판한 것에 대해 “한국은 상위 100대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6%인 나라”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민 대표의 분노는 남성 상사에 대한 비판에 고취된 젊은 한국 여성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 대표가 겪는 일은 남성 지배적이고 위계적인 기업 문화 속에서 우리가 매일 겪는 일”이라는 31세 직장인 여성 A씨의 말을 전했다. 서울에서 교육분야에서 일하는 A씨는 “민 대표는 우리가 꿈꾸던 것을 소리 내서 말했다”고 강조했다.

FT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패션이 뉴진스 멤버가 입은 옷과 흡사했다면서 “여론을 끌어모으고 자신과 뉴진스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메시지를 하이브에 보낸 것”이라는 하재근 문화평론가의 분석을 전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많은 젊은 여성에게 영웅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가 그를 다루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FT는 이번 사태는 하이브를 비롯한 톱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며 “K팝 산업이 지난 10년간의 성공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