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웨이브] 워런 버핏의 새 단짝 팀 쿡

최종수정 2024.05.09 07:32 기사입력 2024.05.07 09:35

버핏, 애플에 칭찬 일색
쿡, 버크셔 주총 참석·자사주 매입으로 화답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관계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캔디, 콜라 회사에 집착하던 버핏은 이제 세계 최고 기술기업의 CEO를 노골적으로 칭찬한다.


팀 쿡 애플 CEO가 워런 버핏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며 두 사람이 함께 애플 사옥에서 찍은 사진을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사진=팀 쿡 X

'자본시장의 우드스톡'이라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지난 4일 버핏의 고향 오마하에서 열렸다. 버핏의 단짝 찰리 멍거의 사망 후 열리는 첫 주총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버핏에게 더 많은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이번 주총장의 신스틸러는 애플과 팀 쿡 CEO였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나이를 뛰어넘어 절친인 버핏과 함께 주총에 등장한 경우는 많았지만, 애플의 CEO가 왜 버크셔의 주총장에 등장한 걸까.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의 최대주주다. '내가 모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인터넷과 AI 시대에도 정보기술(IT) 투자를 꺼리는 버핏이지만 애플 주식은 꾸준히 사들였다. 버크셔의 가장 큰 투자처가 애플이다. 그런데 주총 직전 버크셔가 보유 중인 애플 주식 중 13%를 매도했다고 밝혔다. 버크셔가 전분기에 이어 연이어 애플 주식을 매도한 만큼 애플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팀 쿡 애플 CEO가 4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우려와 달리 버핏은 애플 주식 매도에 대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히려 칭찬만 늘어놓았다. 낮은 세율을 기회 삼아 현금 보유를 늘리기 위해 애플 주식을 팔았지만, 애플에 대한 믿음이 강력함을 시사한 것이다. 버핏은 "우리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와 같은 훌륭한 사업체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들보다 더 나은 기업인 애플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품"이라고 규정했다.


버핏은 강력한 소비자 기반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버핏은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맥북 등을 앞세운 애플을 IT 기업이 아니라 강력한 고객층을 확보한 소비재 기업으로 인식한다.


버핏은 심지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애플이 버크셔의 가장 큰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자신이 후계자로 지목한 그레그 아벨이 버크셔의 CEO가 돼도 애플, 아멕스, 코카콜라에 대한 투자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다. 이쯤 되면 아이폰 판매 부진을 알린 애플의 실적발표를 상쇄하고도 충분할 정도다.


쿡도 버핏의 기대에 충실하게 응하고 있다. 애플은 버크셔 주총에 앞서 실적을 발표하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대폭 확대를 강조해 가치주 투자를 원하는 버핏의 입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쿡은 버크셔의 주총장에서 언론과 인터뷰하며 "버크셔가 주주라는 것은 특권(privilege)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버크셔의 애플 주식 매입 발표 후에는 "흥분된다(thrilled)"고 말한 바 있다.


쿡이 버핏의 리더십을 연이어 칭송하고 있는 것은 주주로서만이 아니라 경영의 멘토로서 역할을 하고 있음도 시사한다. 쿡은 버핏에게 아이폰을 사용할 것을 지속해서 요청하며 자신이 오마하를 방문해 직접 알려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버핏은 피처폰을 고집하다 아이폰11부터 아이폰을 사용 중이다.


쿡과 버핏의 관계는 공고하다. 쿡은 2020년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버핏과 자신이 애플 사옥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사진은 버핏이 쿡에게서 아이폰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방문했을 당시로 추정된다. 버핏은 당시 쿡에게 "앱(APP)이 뭔가라고 질문했었다"고 말해 쿡을 당황하게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버핏도 쿡을 응원한다. 버핏은 2020년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쿡과 애플에 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관리자가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버핏은 아울러 "쿡은 한동안 과소평가됐지만, 이제는 본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주식시장의 스타는 단연 AI를 등에 업은 엔비디아다. 애플은 AI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에 주가 부진을 겪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소비재 기업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버핏과 버크셔의 투자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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