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함부로 못 마시겠네…국내산 '콧물 맥주' 논란

최종수정 2024.05.05 09:48 기사입력 2024.05.04 14:26

지난달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국내 생산 캔맥주
본사 "상하차 中 떨어뜨려 공기 들어갔을 것"

국내에서 생산해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캔맥주에서 콧물 같은 점액질이 흘렀다는 소비자 제보가 터져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달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캔맥주를 구입했다는 제보자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24캔짜리 맥주 3박스를 구입해 보관하다가 최근 한 캔을 땄다. 그는 맥주를 잔에 따르다가 점액질이 흐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팔보채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콧물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A씨가 냄새를 맡아보니 맥주에서 특이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어 같은 박스에 들어있던 맥주 제조 일자를 확인했더니 모두 같은 품번으로 시작해 나머지 맥주 가운데에도 이상 제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콧물 같은 점액질이 나온 캔맥주[이미지출처=JTBC '사건반장' 캡처]

A씨는 '점액질' 맥주에 대해 본사에 항의했다. 본사 측은 제품 상하차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통과정 중 캔을 떨어뜨려 생긴 균열로 공기가 들어간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맥주 캔에는 균열이나 찌그러진 부분이 없었다.


A씨는 "담당자가 '지게차 상하차하다 쏟아서 미세하게 공기가 들어와서 그렇다'고 했다"며 "내가 보기엔 공기가 들어가면 탄산이 없어야 하는데 '단백질과 공기가 만나 이렇게 된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또 그는 "그 맥주 자체는 완전히 팔보채 같은 거 걸쭉하게. 맥주가 콧물도 아니고 알고는 못 먹는다"며 "모르고는 먹을지 몰라도"라며 씁쓸해했다.


본사는 문제의 맥주를 수거하지 않고 버리라고 하면서 A씨에게 다른 제품을 전달했다. A씨는 점액질의 성분이 유해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차윤환 식품생명공학 박사는 해당 맥주에 대해 "증점제나 다른 단백질 성분이 제대로 섞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독성은 없지만 제조사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점액질 맥주' 온라인 커뮤니티 글…경험 소비자 더 있어
지난달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점액질 맥주 사진[이미지출처=네이트판 캡처]

문제는 해당 브랜드 맥주를 구입한 소비자 가운데 A씨와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더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네이트판에는 '맥주에서 콧물 같은 점액질이 나와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B씨는 몇 년째 같은 브랜드 맥주를 마시는데 최근에 두 번이나 점액질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맥주캔에 음식을 흘렸나 하고 넘겼는데 그 뒤로 컵에 따라 마셨는데 일주일 만에 다시 점액질이 나왔다"며 "두 번 연속 이런 상황이 생기다 보니 너무 찝찝하고 당황스럽다"는 글과 함께 점액질이 흐르는 맥주 캔 사진을 첨부했다.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는 B씨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한 소비자는 지난 2일 "대형마트에서 보냉팩 안에 넣어서 파는 것 샀는데 몇 캔 나와서 어제 고객센터에 접수했다"고 말했고, 다른 소비자도 "두 박스 구입해서 마시고 있는데 두 캔이 그렇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몇몇 소비자들은 점액질이 나온 맥주의 제조일자를 공개했는데, 제조일자는 24년 3월13일과 24년 3월 25일 등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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