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1>

최종수정 2024.05.08 07:24 기사입력 2024.05.07 06:00

편집자주우울증에 걸린 소중한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 그래서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환자 가족이라면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음은 있어도 방법을 몰라서, 혹은 여건이 안 돼서 소중한 사람에게 필요한, 어쩌면 가족을 살리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는 7년간 치료저항성 중증 우울증 아내의 치료를 함께 한 저자가 다른 우울증 환자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고자 써 내려갔다. 단순히 병원 진료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병원 치료를 보완하기 위해 가족이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담았다. 유튜브 채널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저자의 강연 '우울증과의 위험한 동거 7년, 기적적인 탈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글자 수 956자.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정확한 선후관계가 밝혀져 있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발생해서 공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우울증 혹은 불안장애만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계속되면서 두 가지 진단을 함께 받으면 환자는 사뭇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병이 깊어져서 그런 것이라기보다 치료 과정에서 경과를 지켜보며 명확한 진단을 받은 것에 가깝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우울증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불안증, 공황장애까지 더해지니 죽을 맛입니다. 항우울제만 꾸준히 먹으면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공황을 겪으며 몸까지 이상해졌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나고, 숨을 못 쉬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생각하니 심장에 무슨 이상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돼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집니다. 병원에 가도 항불안제와 항우울제가 처방될 뿐 특별한 치료는 없어 약은 점점 늘어가는데 과연 나을 수 있을까,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TV에 나오는 실성한 사람처럼 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만 늘어 갑니다.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를 먹고 기분이 나아진 것조차 걱정거리가 됩니다. 약을 먹어서 우울감이 덜하고 기분이 달라진다면 '지금 내가 나아지긴 했지만 약으로 만들어진 가짜 감정이다. 평생 약으로 만든 기분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껍데기뿐인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배우자가 세심하게 마음을 헤아려서 적시에 힘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큰 힘이 됩니다. 실제로는 우울증에 걸린 상태 자체가 감정이나 기분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병적인 상태이고, 항우울제를 먹어서 회복되면 원래 감정을 되찾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해 주고, 그것이 환자 본인의 '진짜 감정'이지 항우울제로 만들어진 가짜 감정이 아니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먹어서 없던 행복감이 느껴진다든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저하돼 있던 뇌기능이 되살아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최의종,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라디오북,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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