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풍자 영상이 뭐라고… 중대범죄자 취급 받아야 하나"

최종수정 2024.05.02 17:59 기사입력 2024.05.02 17:59

국힘이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대통령을 풍자한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게 이렇게 호들갑을 떨 만큼 중대한 범죄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는 조작 영상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심기 경호를 위한 수사"라며 비판하며 한 말이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주장하며 경찰에 관련 수사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는 고발 취하를 윤 대통령에게는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허위 영상 제작·유포자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들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앞장서야 할 공당이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국민을 고발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희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영상을 내려받아 SNS에 올린 누리꾼의 피의자 조사에 입회한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회견에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허구임을 전제한 풍자적 표현물이자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정치적·창작적 표현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받은) 시민은 정치범 취급에 공포감을 느껴 운영하던 가게도 내놓고 SNS 계정도 바꿨다"며 "정부 여당은 사소한 표현물이라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장하면 공권력의 응징을 받을 수 있단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고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시민은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풍자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윤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했던 TV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현 정권이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꾸며져 있다. 이후 해당 시민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아 윤 대통령 풍자 짜깁기 영상을 최초 제작한 50대 남성과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9명을 찾아낸 다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도 "조사를 받은 분은 SNS에서 영상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 내려받아 올렸을 뿐"이라며 "막걸리를 먹다가 박정희 대통령을 욕했다고 처벌받던 1970년대 '막걸리 보안법'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관련 사안을 두고 “윤 대통령 허위영상과 관련해 작성자를 특정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면서 “영상 작성자는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으로, 특정 정당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당이 어디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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