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대 2조… '리딩뱅크' 경쟁 신한·KB 기업대출 가른 포인트는

최종수정 2024.05.03 14:43 기사입력 2024.05.03 06:10

'리딩뱅크' 경쟁을 이어가는 KB·신한금융지주가 은행권의 최대 관심사인 '기업 대출'에서도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 시선을 끌고 있다. 업권에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에 따른 자본 비율 하락과 관련한 양 사의 대응 방식이 달랐던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원화 대출 중 기업 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은 전분기 말 대비 약 16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대 은행의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약 2조4000억원)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다.


은행권이 기업 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이어지는 고금리 상황과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종래 수익원이었던 가계대출 부문에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은행은 연초부터 기업 대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별 대출 규모를 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에만 6조3000억원가량의 기업 대출을 확대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대기업대출이 약 2조7000억원 늘어 가장 증가 폭이 컸고, 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약 3조6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최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은 기업 대출이 1조9000억원 늘어나는 데 머무르며 4위에 그쳤다. 대기업은 9000억원, 중소기업은 4000억원, 개인사업자는 6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전반적인 증가 폭은 신한은 물론 하나은행(4조6000억원), 우리은행(4조1000억원) 등 다른 은행에 미치지 못했다. 각 사가 새 수익원 발굴을 위해 기업 대출에 사활을 거는 와중에서다.


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예대금리차가 축소된 4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예금 금리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업계에선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둔 양 사의 대응이 이런 차이를 낳았다고 본다. CET1은 금융회사의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RWA는 신용·시장·운영리스크를 합산해 산출된다. CET1은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각 사는 이를 주주환원 정책의 지표로 삼는다.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은 7%이나 금융지주들은 실제론 12~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 말 CET1을 보면 KB금융은 전분기 대비 19bp(1bp=0.01%) 하락한 13.40%, 신한금융은 4bp 하락한 13.09%를 나타냈다. 양 사 모두 13% 선을 지켰으나 하락 폭은 KB금융 측이 더 컸다.


이는 분모인 RWA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의 1분기 말 기준 RWA는 333조7536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2조4347억원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324조6542억원으로 10조4735억원 늘었다.


양대 지주 모두 10조원 넘게 RWA가 증가했지만 KB의 경우 대출잔액이 2조원가량 증가한 데 그친 만큼 신용RWA보단 운영RWA 증가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장 홍콩 ELS 사태에 따른 충당부채는 KB금융이 8620억원으로 신한(2740억원)보다 약 3배 많다. 이르면 이달부터 논의를 시작할 금융당국의 홍콩 ELS 관련 제재와 과징금 부과 여부 역시 운영RWA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비교적 홍콩 ELS 부담이 덜한 신한금융은 신용RWA 상승에 따른 CET1의 하락을 일부 감수하면서도 기업 대출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반면, 상대적으로 CET1 낙폭이 컸던 KB금융은 해당 비율을 지키기 위해 신용RWA를 늘릴 수 있는 여신에 소극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의무와 역할에 주주환원과 자금 중개 기능이 있다면 KB는 전자에, 신한은 후자에 상대적인 무게감을 둔 것"이라며 "각 사가 처한 상황에 차이가 있었던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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