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글로벌 악전고투…상위 회사 60% 해외법인 '적자'

최종수정 2024.05.06 08:00 기사입력 2024.05.06 08:00

현지 인수회사·법인 부진에 적자
녹십자홀딩스가 가장 큰 손실
동아ST·JW중외도 손실
SK바이오팜·한미약품은 성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해외 법인 설립 또는 현지 제약사 인수를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의약품을 들고 나간 몇몇 제약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적자가 누적되며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아시아경제가 해외 법인 또는 자회사를 운영하는 매출 상위 제약사 10곳의 사업보고서를 조사해보니, 이 중 6곳은 지난해 해외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_001|유한양행_$}, {$_001|녹십자홀딩스_$}, {$_001|대웅_$}, {$_001|JW중외제약_$}, {$_001|동아에스티_$}(동아ST), {$_001|휴온스글로벌_$}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 동남아 등에서 현지 회사를 인수하거나 현지 판매법인을 세웠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본사까지 적자 전환한 회사도 있다.


해외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본 제약사는 4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GC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다. {$_001|지씨셀_$}과 함께 최대주주인 미국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바이오센트릭이 지난해 25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년 85억원 순손실과 비교해 적자가 3배 늘었다. 이는 글로벌 CDMO 업황이 대거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이오센트릭은 상업용 의약품이 아닌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에 집중하는데, 미국의 바이오 투자가 줄면서 신약 개발 초기 파이프라인이 급감하는 바람에 바이오센트릭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 외에 미국 암 진단검사업체 지니스헬스(순손실 95억원), 미국 현지법인인 GC바이오파마USA(45억원)를 비롯해 중국법인(33억원) 등 해외 계열사가 지난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중 GC바이오파마USA는 오는 7월 미국에 출시하는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직접판매 영업망 구축에 투자한 비용 때문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 바이오센트릭의 생명공학&엔지니어링 센터[사진제공=바이오센트릭]

동아ST는 2022년 인수한 미국 뉴보로파마슈티컬스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를 글로벌 연구·개발(R&D) 전진기지로 만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아직 마땅한 제품이 없이 적자만 내고 있다. 심지어 동아ST의 전체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지난해 뉴로보는 201억원의 순손실을 냈는데, 동아ST의 실적도 2022년 순이익 128억원에서 지난해 순손실 9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재 뉴로보는 간 질환 치료제 임상 2상, 비만 치료제 임상 1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2019년 인수한 베트남 제약사 유비팜이 지난해 13억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인수 직후부터 5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JW중외제약은 오너가 진두지휘하며 이 회사 지분 100%를 매입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의욕을 보였으나 자사 의약품을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해 동남아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이 초기 단계부터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온스그룹도 2020년 휴온스USA를 설립하고 코로나19 방역용품과 리도카인 주사제 등의 수출에 나섰지만, 순손실 기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미국 내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대웅제약은 요녕대웅제약유한공사(24억원 손실) 등의 여파로 해외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미국, 우즈베키스탄, 홍콩, 호주·뉴질랜드 등의 해외법인 모두가 매출은 전혀 없이 순손실만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당연한 적자'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현지 기업과의 협력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만든 법인"이라며 "이들이 기술수출입 등의 성과를 내도 관련 실적은 모두 본사 실적으로 집계되므로 장부상 적자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연구원 대표는 "미래 투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해외법인이 당장은 실적에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적자가 이어진다면 모기업에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ST의 경우 적자를 내던 브라질 법인을 지난해 청산했다. 정 대표는 "해외 진출 전 정확히 타깃을 설정하고, 충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며 "처음에는 파트너사를 모색하고, 이후 조인트벤처(JV)식의 파트너링을 하고, 이어 직접 법인 설립이나 인수·합병(M&A) 등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이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지난 1월 열린 현지 세일즈 미팅에 참석해 SK바이오팜 및 SK라이프사이언스 임직원에게 세노바메이트 현지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사진제공=SK바이오팜]

반면 해외 법인이 상당한 성과를 낸 제약사도 있다. {$_001|SK바이오팜_$}은 지난해 미국 판매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49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체 개발한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이에 힘입어 SK바이오팜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는 연간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_001|한미약품_$}은 자회사인 북경한미유한공사가 지난해 매출 3977억원, 당기순이익 787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모회사 실적 향상까지 끌어냈다. 유아용 진해거담제 이탄징, 변비약 리똥 등 중국 현지 맞춤형으로 개발한 의약품이 모두 좋은 실적을 올렸다. {$_001|보령_$}은 미국과 중국 등을 합쳐, {$_001|종근당_$}은 인도네시아에서 이익을 기록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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