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입고 여성권리 주장했다고…사우디법원, 20대 여성에 징역 11년 선고

최종수정 2024.05.02 10:56 기사입력 2024.05.02 10:56

여성 권리 주장하던 인권운동가 징역형
인권단체 "여성 인권 개혁 공허함 드러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한 한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사우디 법원이 마나헬 알 오타이비(29)에게 지난달 30일 테러 범죄 혐의로 11년 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피트니스 강사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타이비는 '악의적이고 허위의 소문이나 뉴스 등을 온라인에 퍼뜨리는 행위'와 관련된 사우디 반(反)테러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미지출처=X(엑스·옛 트위터)]

앞서 오타이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 권리 확대 등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2022년 11월 체포됐다. 그는 특히 자신의 SNS에 "남성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다. 현재 사우디 여성은 남성 후견인(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결혼과 이혼 등이 가능하다.


운동복 차림을 한 마나헬 알 오타이비. [이미지출처=국제앰네스티]

또 그는 '적절한 옷'을 입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오타이비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의상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운동복 차림의 옷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우디에선 여성들이 목부터 발목까지 가릴 수 있는 전통의상 '아바야'를 입고 다닌다. 오타이비의 여동생인 푸즈도 같은 혐의를 받았으나, 체포되기 전 사우디를 탈출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오타이비의 석방을 촉구하며 "개혁과 여성의 권한 부여에 대한 당국의 입장과 직접적으로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사우디아라비아 활동가인 비산 파키는 "이번 판결로 사우디 당국은 최근 몇 년간 떠들썩했던 여성 인권 개혁의 공허함을 드러냈다"며 "평화적 반대의견을 침묵시키겠다는 소름 끼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여성 권리를 주장하던 사우디 여성이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디언은 살마 알 셰하브, 파티마 알 샤와르비, 수카이나 알 아이탄, 누라 알 카타니 등 사우디 여성들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당국으로부터 징역 27년∼45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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