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때 박힌 파편과 73년…美 노병에 뒤늦은 퍼플하트 훈장

최종수정 2024.04.29 18:08 기사입력 2024.04.29 18:08

96세 메이어씨, 기록 부재로 재심 끝에 받아
1951년 왼쪽 허벅지에 박격포 포탄 박혀

한국전쟁 중에 다리에 박힌 포탄 파편과 평생 함께해온 미군 노병이 부상 73년 만에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 국방일보에 해당하는 성조지 등은 최근 미 육군이 미네소타주 출신 한국전쟁 참전용사 얼 메이어씨(96)에게 퍼플하트 훈장 수여 대상자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퍼플하트 훈장은 미군으로 복무하다 사망하거나(추서) 다친 사람에게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이다.

1951년 한국전에서 다리 부상을 입고 73년 만에 '퍼플하트' 훈장을 받게된 얼 메이어(96).[사진출처=AP 연합뉴스]

메이어씨는 지금도 다리에 포탄이 박혀 있는데도 수훈이 번번이 거절된 탓에 73년이 흐른 이제야 훈장을 받게 됐다. 그는 1951년 6월 한국전쟁에서 다리를 다쳤다. 당시 그는 포화 속에서 진격하던 중 왼쪽 허벅지에 박격포 포탄 파편을 맞았다. 1952년 명예 제대한 메이어 씨는 이미 지상 전투 최일선에 참여한 군인에게 주는 전투보병휘장(Combat Infantryman Badge)과 2차대전 때 상선단 소속 군인들에게 수여된 의회 명예 황금 훈장(Congressional Gold Medal)을 받았지만 퍼플하트를 받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넘어야 했다.


메이어씨는 포탄 파편이 신경에 너무 가까이 박혀 있어서 포탄 일부는 제거할 수 없었던 탓에 전쟁 이후 평생을 파편과 함께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의료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그가 전쟁 때 다친 사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았다. 메이어씨는 다리 부상으로 피투성이가 됐지만 크게 다친 다른 전우들도 있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왔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그의 세 딸은 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퍼플하트 훈장을 신청하라고 권유했다.


메이어씨는 뒤늦게 퍼플하트 훈장을 신청했지만 전쟁통에 의무 기록을 챙길 생각도 못 했고, 군에 남아 있는 자료도 없었기에 육군은 '입증 서류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4월 그의 훈장 신청에 대해 거부 결정을 내렸다. 메이어 씨는 작년 9월 미 국방부와 육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변호사는 수훈 결정을 의무기록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과거 유사한 경우에 퍼플하트를 수여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메이어씨의 소송 소식이 AP통신 등의 보도로 세간에 알려지자 미네소타주의 연방 상원의원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 등이 그에게 훈장을 수여할 것을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결국 법원은 육군에 재검토를 요청했고, 육군은 메이어씨에 대한 퍼플하트 수여를 결정했다. 메이어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3년이라니…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그들이 훈장을 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감격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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